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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장 수집가 Jun 02. 2023

엄마 그 가방 어디서 산거야?

거꾸로 쓰는 육아일기 

얼마 전 시장에서 만원을 주고 가방 하나를 샀다. 가방의 용도는 근처에 갈때 지갑과 핸드폰을 넣으려고 구매했던 작은 크로스 가방이었다. 편하게 들고 다닐 생각으로 가장 저렴한 가격에 망설임 없이 사서, 며칠 동안 '간편해서 진짜 좋구만. 진작 살걸 그랬네 ' 하면서 신나게 메고 다녔었다. 회사 근처로 독립해서 사는 딸아이가 집에 와서 나의 그 가방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딸아이와 함께 저녁 찬거리를 사기 위해서 동네 마트로 가기 전에 당연하게 그 가방을 둘러메는데 나의 허리춤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평상시보다 한톤 높은 목소리로 물었다. 


“엄마 그 가방 뭐야?, 그 가방 어디서 났어?, 설마 엄마가 산거야?, 그 가방 맘에 들어? 내가 사준 가방은 다 어쨌는데? 그 가방 그냥 버리면 안돼?"  라면서 숨도 안 쉬고 질문을 쏟아 내는 것이다. 


나는 아주 만족스럽게 사용중이었기에

 “왜? 실용적이잖아, 그리고 네가 사준 가방은 장보러 다닐 때 메고 다니기에 너무 아까워서” 

라고 대답하며 바라본 아이의 눈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오만가지나 들어 있었다.   

  

다음날 딸아이가 조용한 목소리로 쇼핑가자고 할 때까지는 그 쇼핑의 대상이 내가 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딸과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던 나는 백화점에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있었는데 아이가 가방 매장으로 나를 데리고 들어가서는 다짜 고짜 ‘엄마 가방 하나 골라’ 라고 말을 하는 것이다.

      

그 순간 외출할때마다 옷이랑 가방 등으로 옥신각신 하던 친정엄마와 나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자식들이 사준 옷이랑, 가방, 신발 등은 다 놔두고 이상한 차림을 했던 친정엄마에게 ‘우리가 사준거 다 어째고 이 차림이 뭐야? 속상하게’ 라고 했었다. 그때 친정엄마는 아까워서, 아끼는 중이라고 그랬는데 아마도 지금 우리 딸이 그때 나의 마음인 모양이었다.

 너무 편한 차림으로 다닌게 아이를 불편하게 했나 싶어서 

“엄마가 너무 자연인으로 다녀서 그런거야?” 조심스레 딸에게 물어봤다.  

   

“아니야, 그냥 장보러 다니는 용도로 하나 더 사주고 싶었어. 내가 가방 버리라고 해서 속상한거 아니지? 미안해” 라고 대답하면서 “엄마 이제는 내가 사회인이잖아, 이 정도는 사 줄수 있어. 그리고 엄마의 취향은 존중하지만 오늘 산 가방은 시장 갈 때 들고 다녀” 라며 나의 어깨를 토닥여 줬다. 어느 순간부터였던가. 아이들이 커가면서 종종 보호자의 위치가 바뀌고 있는 느낌이 들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고 아직은 아니라구 그러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법. 그날 나의 마음이 상하지 않았는지 계속 살피는 딸아이 덕분에 고마우면서도 미안하기도 했고 그와 동시에 불친절한 말투로 말했던 친정엄마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다정하게 나를 배려해주는 딸과 다르게 나는 다그치듯 말하고 친정엄마의 기분은 살피지 않았었는데 그때 친정 엄마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친정엄마에게 나는 그져 나이 먹기 바쁘고 자식노릇 한다고 공치사만 하는 그런 딸이었으려나. 이 미안한 마음이 더 깊어지기 전에 친정엄마에게 전화해서 뭐 하고 있는지 안부를 살펴야 할 것 같다.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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