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쓰는 육아일기
올해로 큰 아이는 28살, 작은 아이는 25살이 되었다. 내가 25살에 결혼해서 26살에 첫아이를 낳았는데 아이들이 내가 부모가 되었던 그 나이가 되 버렸다. 언제 이렇게 커버렸나 싶을 정도로 잘 자라준 아이들에게 나는 매일같이 고맙고 사랑한다고 고백을 하고 있다.
큰아이는 취업으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다. 매일 매일 틈나는 대로 카톡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엄마 오늘은 뭐했어?' 라며 안부를 물어준다.
조금 전 업무를 하다 잠시 휴식중이라며 딸아이가 나보고 뭐하고 있었냐고 카톡으로 안부를 물어왔다. 마음충전 네글자로 답을 했다. 딸아이가 웃는 이모티콘을 보냈다.
오늘 아침 출근 길에 차창밖의 자동차를 보다가 문득 꼬마자동차 붕붕 노래가 떠올랐다며, 엄마가 어렸을적에 많이 불러줬던 노래여서 갑자기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기도 했고, 같은 직장내에 있는 직원분이 아이가 아파서 출근하자마자 조퇴를 하고 돌아간 그 모습을 보니까
'우리 엄마 아빠도 우리를 그렇게 키웠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그 추억속에서 본인은 성장해서 돈을 벌고 있고
이젠 엄마 아빠가 그만큼 나이가 든것에 대해서 갑자기 서글퍼졌다며 울먹인다.
나는 나이드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고 섭리이니 잘 받아들이고 사는게 중요하다고 아이를 다독여 주었다.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한참동안 있다가 답을 보냈다.
"맞어 엄마 그래도 내가 직장인이니까 맛있는것도 많이 먹고 놀러도 많니 다니고 더 넓고 더 다양하게 즐겨보자" 라고 부모에 대한 안스러움이 묻어 있는 답장을 보내왔다.
이제는 아이들에게 부모의 존재가 염려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특히 몸이 종합병원인 엄마(내가)가 아이들을 신경쓰이게 하는 존재 1호다.
하지만 염려보다는 아이들이 우리와 나누는 많은 대화가 부모의 삶에 더 살이 되고 피가 된다는것을 알려줘야겠다.
그게 아주 사소한 생활주변의 이야기일지라도 그런것들이 오히려 신나게 들어주고 대답해주고 웃어줄수 있는 대화의 소재들인것이다.
아무리 비싼 선물을 받아도 같이 웃을수 있는 이야기의 기쁨은 그것보다도 더 크고 값진것이라는것을 나이드는 과정에서 깨달아가고 있는 중이다.
나도 아이에게 대답했다.
"그래 엄마 아빠는 언제나 대환영. 두팔벌리고 기다리고 있을께"
아이들덕분에 조금 시들어있던 부모의 정원이 생기를 되찾았다.
이전에는 우리가 아이들의 정원에 잘 자라라고 물을 주었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부모의 정원에 시들지 말라고 물을 주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