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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의 침략

by 문장 수집가


주말 낮에 잠깐 햇빛을 따라 동네 놀이터로 혼자 마실을 나갔다. 나보다 먼저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시는 어르신들 옆에서 조용히 광합성을 시작하고 있었는데, 그 어르신들의 대화 중 한마디가 내 귀를 통해 들어와 마음속을 흔들었다.

"이젠 다 살았지 뭐~ 집에 가도 영감도 없고 식구도 없고 외로워~~"

평소 같으면 감정의 동요가 많이 일지 않았겠지만, 아버지를 갑작스레 여의고 혼자 남아 '외로워 죽겠다'라고 돌림노래를 하고 계신 엄마 생각이 들어 마음 언저리가 편치 않았다.

그래도, 어르신들 대화 사이사이에 가끔 보였다 사라지는 웃음들이 외로움의 처방전이 되어 주는 것 같아서 다소 안심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 어르신들 뒤에서
"아니에요 어르신들.. 힘내세요. 건강하게 오래 사시도록 제가 응원해 드릴게요"라고 마음속으로 외치다가
한참 전에 넷플릭스에서 본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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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ㅡ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줄거리

외로운 사람들에게, 마음이 뻥 뚫린 사람들에게 구멍이 메워지라고 고양이를 대여해 준다. 무작정 대여를 해주는 것은 아니다. 주인장이 그 집을 찾아가서 어떤 모습으로 삶을 살아가는지, 현재의 외로움은 무엇인지를 면밀히 살펴본 후에 고양이를 대여해 준다. 한편으로는 고양이가 이 집에서 잘 지낼 수 있는지를 면접을 본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그곳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각기 다른 사연들이 있다. 그렇지만 그 사연들은 눈물 콧물 다 짜내는 그런 과한 설정은 아니다. 영화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하고 따듯해지기도 한다. 고양이를 렌털한 사람은 저마다 방식으로 구멍을 메우고 외로움으로부터 독립한다.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도 할머니를 잃고 생긴 구멍이 있지만 고양이들을 돌보며 그 외로움을 달랜다. 어쩌면 주인공은 고양이를 대여한 사람들이 하나의 동물이 아닌 반려자로 소중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거기서 받는 위로로 자신의 구멍을 메우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외로운 사람들끼리 나는 냄새를 맡을 수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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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본다고 외로움이 사라지거나 치유되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다만 영화를 보는 동안만이라도 잔잔하게 건네져 오는 위로에 나도 모르게 스며들게 될 수도 있다.

넷플릭스에는 고양이를 소재로 한 영화가 또 있다. 바로 '고양이와 할아버지'이다.
이 영화 또한 서로가 서로에게 귀한 존재로 다가와서 외로움을 어루만지는 내용이 들어있다.

나 또한 나이가 들어가면서 외로움이란 단어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를 생각하게 되는 중이다. 예고도 없이 수시로 쳐들어오는 외로움에 침략당하지 않으려 발버둥 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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