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참 미안타.

아네모네 기르기 4

by 문장 수집가

한동안 자랑 삼매경으로 지냈었다.


자식자랑

손주자랑

돈자랑

본인자랑

강아지 자랑

고양이 자랑들을 하는

친구들 속에서


나또한

그들에게 돌림노래를 들려주곤 했었다.


입만 열었다 하면


잖아..

그 아이들이 쑥쑥 자라고 있어


있잖아

그 애들이 너무 이뻐


있잖아

그 애들이 ~~~

그애들이~~~


그랬었는데


며칠뒤에

반려식물

아네모네가

죽고 말았다.


잘 자라고 있다고

좋아했는데


화분의 흙속으로

허리를 숙인채

영영 일어나지 않았다.


아네모네를 바라보면서


의학 다큐에서

어느 의사가

본인 연구실에 있는 식물을 돌보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식물 기르는것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선물로 받은거여서

기르고 있는거라고 했다.


그리고

본인이 의사이지만


사람이든

식물이든

떠나보내는 일은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그래서 더

성심성의껏 식물을 돌보고 있는중이라고 했다.


정말이다.

그말은 나에게도

너무나

공감이 되는 말이다.


나에게

죽음이란 단어는

'후회'의 의미로 다가오는 것다.


아이들 어렸을적에 길렀던

피죤(햄스터 이름)이 감기로

우리 곁을 떠났을 때도

좀더 신경쓸걸 하는 후회를 했고


친정 아버지가 떠났을때도

그때 그럴껄.

그때 그렇게 했어야 했는데 하면서

자책과 후회를 했으며


이번에도


아네모네를 떠나 보내면서

남편말대로

괴롭히지 말껄..하면서

후회중이다.


그렇게 화만 하고 있는

나에게 남편이 이런 말을 해준다.


"있는 애들에게나 잘해.


다른 네 자식들(수경재배중인 식물들)이나

잘 돌보라구

그 애들마져 떠나 보내지 말고."


생각해보니


난 잘 자라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한건데

매번

못살게 굴어서

참 미안타. 아네모네야.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행복 호르몬을 샘솟게 해줘서

참 고마웠다.


그리고

신경을 덜 써주는데도

잘 자라주는

반려식물들아

내 곁에 있어줘서

참 고맙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