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장 수집가 Apr 08. 2024

흰머리로 살아남기를 선언하다.

결심

나는 흰머리로서 생활하는 입장을 받아들였지만, 가족과 함께 외출하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가족이 다 모여 있던 날 그들의 주변을 맴돌면서 상황을 살피기 시작했다. 이런 나의 평상시 같지 않다는 것을 딸이 눈치를 채고 '엄마 무슨 할 말 있구나. 뭔데?' 하면서 나를 옆으로 끌어당겼다.


나는 가족들에게 나름 진지한 표정으로 더 이상 염색을 하지 않겠다 말과 함께 흰머리로 살아남기를 선언했다. 리고 흰머리로 계속 생겨나는 정서적 고난에서 나를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이유도  설명을 했다. 하지 함께 외출할 때 나의 머리색이 신경 쓰이거나 불편하면 선언을 철회하겠다 말도 함께 덧붙였다.


 "그래?"

"그런데 그게 뭐? 나랑 그렇게 오래 살아놓고도 아직도 나를 모르는 거야?"

"엄마 피부도 그렇고 염색할 때마다 힘들어했잖아, 이번 기회에 그런 거 다 하지 마"

"우린 괜찮으니까 엄마 하고 싶은 대로 그렇게 해"

"왜 우리한테 동의를 구하는 거야"

  

그렇게 말을 해주는 가족들이 너무 고마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번 물어봤다.


"그래도. 외출할 때 내 머리가 흰머리이면 조금 그렇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하면 어떻게 해? 괜찮겠어?"

"안 괜찮다고 하면 안 할 거야? *

*우리가 괜찮다는데 다른 사람들 의견이 뭐가 중요해? "

그렇게 말해주는 아이들과 함께 남편은 나의 어깨를 다독이면서 한마디를 더 덧붙여줬다.


"우리 걱정하지 말고 너 자신만 생각해, 그리고 뭘 그렇게 심각하게 말해"


결국 나만 혼자 심각했던 것이다. 역시 가족은 언제나 나를 심각함에서 건져준다.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안전함 속으로 나를 이끌어 주는 가족들이 너무 고마웠다.


자 그럼 이제부터 나는 뭘 해야 하는 거지?     


일단은 산책을 나가서 씩씩하게 걸어봐야겠다.





이전 05화 세월의 눈이 소복히 쌓였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