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애도

by 문장 수집가

새해 맞이 대청소를 하고 있었던 책장 한켠에서 두툼한 황색 대봉투 두개가 눈에 들어왔다.이게 뭐지? 하면서 확인차 꺼내본 내용물들은 그동안 다녔던 회사의 명함들이었다. 방바닥에 쏟아놓고 바라보다가 문득 드는생각이 있다. 그래도 회사를 다니는 동안에는 000팀장, 000실장 등 내 이름 석자로 불리고 있었구나. 결혼후에는 내 이름 석자보다 누구 며느리, 누구 아내, 누구 엄마라는 역활의 이름표로 불렸고 이름으로 불리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말이다. 그렇구나. 그랬었구나. 양볼안으로 혼잣말을 가득 밀어 넣으며 나머지 봉투를 확인해보았다.


두번째 봉투안에는 아버지가 투병중에 발급되었던 서류들, 그리고 진료 영수증등이 한가득이다. 그 많은 서류들 종이 위로 기록되어 있는 아버지 이름 석자가 눈에 들어온다. 서류 한장을 가슴에다 대고 물기 묻은 목소리로 조용히 조용히 아버지 이름 석자를 불러 보았다. 그러고 보니까, 아버지는 나의 아버지는 본인 이름으로 가장 많이 불렸던 한때가 슬프게도 병원이었겠구나. 아버지 이름 석자가 불릴때마다 우르르 몰려들었던 슬픔과 불안함. 결국 아버지의 이름은 그들에게서 찾아오지 못하고 말았구나. 애석하고 애석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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