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다. 계절이 바뀌어도 아버지를 생각하면 자동으로 눈물이 흐르면서 몹시 슬펐는데 지금은 마음속에 슬픔만 가득하지는 않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그건 집의 거실과 방방마다 있는 식물에게서 위안을 받아서인 듯 싶다. 다 아버지 덕분이다. 어렸을적부터 함께 동네를 산책하면서 평안함을 나누어주는 자연의 고마움에 대한 정서를 심어주었던 아버지 덕분이다.
잊고 있었다. 계절마다 마당 곳곳에서 경주라도 하듯 피어나는 꽃들을 보면서 살포시 미소짓던 아버지의 그 모습을 말이다. 잊고 있었다. 투병생활 당시 아버지의 아프고 괴로워했던 표정보다 그 전에 우리에게 나눠줬던 미소가 훨씬 더 많았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랬다. 그래서였다. 무엇을 가꾸고 키우는데 소질이 없었지만 아버지의 정서를 조금이라도 받았다면 나도 식물을 키울수 있을것 같아 스킨답서스 수경재배를 시작으로 거의 모든 식물을 수경재배 중에 있다. 식물을 새로 살때마다 '우리집에 와줘서 고맙구나. 잘 자라주렴' 하는 주문을 외우곤 했는데, 그 덕분이었는지 탈 나는 모습 없이 무럭무럭 잘 자라줬다. 때로는 시들시들 기운이 없을때도 '기운이 없네. 어디가 아픈걸까?' 걱정해주면 금새 회복을 해줘서 정말 고마웠다. 그때마다 '잘 자라줘서 참 고맙구나' 라고 고마움도 전하고 집안 이곳 저곳을 혼자 콧노래도 부르면서 다니기도 했다. 다행히도 그 콧노래는 지금껏 멈추지 않고 있다. 희노애락이 다 들었다.
아니 지금은 웃음만 가득하다. 하루는 새싹이 나는 모습을 보면서 미소짓고 또 하루는 겨울인데도 꽃봉오리가 맻히는 걸 보고 신기해하고 또 하루는 활짝 핀 꽃을 보면서 내 얼굴에도 함박웃음이 피어난다. 그리고 또 하루는 그런 식물들과 교감을 나누면서 혼잣말 삼매경에 빠지기도 한다. 다 아버지 덕분이다.
맞다. 식물들과 교감을 나누다보면 우리 아이들 키우던 그때 생각이 났다.
맞다. 부모님이 우리를 키울때도 그랬겠구나. 그런거구나. 그런거였어
'아~~ 아버지도 시골집 화단을 가꾸면서
자식을 돌보듯 이런 기분이었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