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잔, 그리고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 한스푼

by 문장 수집가

오늘도 커피를 마신다.


업무 시각하기 전 오로지 나 홀로 즐길 수 있는 10분 동안의 여유는 참 달콤하고 평화롭다.


원두를 갈아서 뜨거운 물을 붓고, 커피가 내려지는 몇 분 동안 가만히 탕비실 주변을 돌아봤다.


전자레인지, 전기포트, 생수, 종이컵, 믹스커피, 원두커피, 녹차가 보이지만

오늘은 커피믹스와 종이컵이 유독 더 내 눈에 들어온다.


나에게 커피믹스와 종이컵은 그냥 아버지라는 존재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요즈음 말로 루틴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살아생전 아버지의 루틴은

집 앞의 평상에 앉아서 하루 한잔 종이컵에 커피믹스를 타서 드시는 것이었다.


세상을 다 가진듯한 그 충만한 표정으로 커피를 드시는 아버지에게 커피믹스가 그렇게 맛있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환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을 해주셨다.


그럼, 너네들도 잘 크지,
논과 밭에 곡식들도 잘 크지,
그리고 언제든지 마시고 싶을 때 커피를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으려나.


생각해 보니 나도 그렇다.

나의 아이들도 잘 자랐고, 우리 가족 모두 평안하고,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마실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것인가.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다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그리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이후의 감정은 이별에 대한 아픔보다는 그리움이 더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다 보니 어느새 커피가 다 내려진 모양이다.


내려진 커피에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가득 채워서 내 책상에 앉았다. 그리고 종이컵에 커피믹스도 함께 들고 왔다.


아버지 오늘도 평안하신지요.

오늘도 저는 아버지가 그립습니다.


그리움을 가득 담아 아버지에게 커피를 올려봅니다.

오늘 저랑 함께 커피 한잔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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