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힌 장작 틈으로

by 나현수

태양은 여기에 있지만

과거의 밤은

그림자로 따라왔다.


어떤 때는

커져버린 그림자에 삼켜져

한참을 헤매야 했다.


그림자가 조금 희미해질 때면

스산해지는 계절이 두려워

나는 가슴 속 서랍으로

땔나무를 모았다.


오늘이란 내게

손바닥 사이로 흩어지는 부스러기

부서진 오늘 위에

두 발은 중심을 잃는다.


서랍을 여니

오랜 시간 불붙지 못한 장작이

말없이, 나처럼 쌓여있다.


언제였을까—

타박타박 타는 소리가

울렸던 때는


서랍 속에

작은 불씨를 던진다.


푸르른 불꽃이

숨죽인 장작 틈에서 피어나

시린 과거도

두려운 미래도, 서서히

빛 속에 녹아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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