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석

by 나현수

마음이 진해지면

망각의 물이 내려와

희석돼버리는 걸까?


고맙다고 말해주던 일들이

이내 익숙함이 되고

격려로 빛나던 하루가

검붉은 딱지로 덮여간다.


아물고 있는 마음 위에

말들이 얹히고 얹혀

상처는 다시금 벌어진다.


사랑이 진해지는 대신

계속 묽어지는 법을 배우는 건

연인을 담았던 눈이

자신에게로 향하는

그 순간 때문일지 모르겠다.


반복되는 말들은

귀를 닫은 방패가 되어

이해보다 수용을

대화보다 동의를 요구한다.


이윽고

사랑은 짙어지지 못하고

용해되지 못한 것들이 덩어리져

바닥으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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