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
피복에 감싸인 모습은
나를 아는 게 아닙니다.
나는 전봇대에 걸려 있습니다.
압니다,
얌전하고 의존적으로 보일 테죠.
나는 피복에 감싸여 거무튀튀합니다.
그렇기에 멀리서 나를 바라본 당신은
내게 다가오고 싶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그게 당신의 한계일 테죠.
나를 알고 싶다면 가까이 와야 합니다.
나를 감싸는 피복에 손을 대봐야 합니다.
피복이 간신히 억누르는 쿵쾅거리는 박동과
어둠이 내리지 않은 백야의 세상을 보아야 합니다.
당신은 내게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나를 정의 내릴 때
나는 아쉽지 않습니다.
멀리서 바라본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사람일 테지만
나는 그렇지 않으니까요.
나는 전기입니다.
나는 천둥입니다.
나는 멈추지 않는 태풍입니다.
그러니 내 외면을 보고 다가오는 것도
원하지는 않습니다.
당신의 정의에 맞춰 행동하기엔
나는 너무 뜨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