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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현수 Jun 30. 2024

우기처럼

세월이 한 겹 한 겹 겹쳐질수록

가물어가는 마음은 잘게 쪼개져

잡초마저 자랄 수 없었습니다.


촉촉했던 눈물샘은 푸석해지고

층층이 쌓인 외벽은 견고해

다정하게 건네 오는 관심도

벽에 부딪히면 산산이 흩어집니다.  


살아있기에 살아가는 상태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만 남아 서걱댈 때

당신은 내게 오셨습니다.        


벽에 부딪힌 당신은

떠날 거라 생각했지만  

우기처럼 내 곁에 머물러

갈라진 마음에 비를 퍼붓습니다.     


당신의 우기는 참 길었습니다.


벽에 실금을 내고

이내 무너뜨려  

홍수처럼 밀려오는 빗물은

가문 마음을 온통 감쌉니다.      


간질대는 느낌에

손을 대보니

푸른 싹들이 만져집니다.


당신도 이제

모르실 수 없을 텝니다.


내 곁으로 당신이 올 때면

풀 내음은 빗소리를 듣고    

주변을 가득 채워버리니까요.         


여기를 누르시면 인스타 음악과 함께 시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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