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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현수 Jul 07. 2024

소리 내지 않았던

가로수 길에 떨어진 낙엽은

초라하게 바닥을 뒹군다.  


녹음(綠陰)의 기억 때문일까?

물기 없이 말라버린 그들을 보니

나이든 누군가의 모습과 겹쳐

괜스레 서글퍼진다.   


차로 향하는 걸음

그들을 밟지 않기 위해 서성이다

천둥 같은 바스락 소리가

두 귀를 때린다.    


언제였을까?

그들처럼 소리를 내어본 적이...


몸이 부서져도

할 말은 하고 가는 저 낙엽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소리 내지 않았던 누군가와

닮지 않았다 말하고 있었다.   


도망치듯 자리를 뜨는 차 안

미처 떼어내지 못한 낙엽들이

엑셀을 밟을 때마다

바스락거리며 나를 때려왔다.


듣는 이도 없는 차안에서

그제야 소리를 내어보지만

객쩍은 시도는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묻혀

울음소리마냥 쓸쓸하게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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