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할머니가
대야를 방에 들여
목 앞으로 길게 수건을 둘러
거친 손 부드럽게
뽀드득 닦아 주셨지
추운 겨울 엄마가 부엌에서
모락 김이 나는 물을
대야에 부어주면
어설픈 손놀림에도
흐릿한 거울에
맑은 얼굴로 웃었지
이제는 아침에 눈을 뜨고도
몇 발만 떼면
준비된 세면대와
손가락 하나로 따뜻한 물이
쉴 새 없이 나오는 욕실이
떡 버티고 있건만
그곳에 가기가
멀기만 하지
어찌 몸을 일으켰는지
물이 얼굴에 닿으면
어느새 기분이 좋아지고
그렇게 졸린 눈이 세수를 하면
정신까지 번쩍 뜨인다던
아버지의 음성이
들리는 듯하지
하루를 시작하며
오늘의 나에게
오늘까지의 나들에게
환해진 얼굴로
해맑게 인사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