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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Yun Jul 21. 2024

인생 힘들게 사는 완벽주의자들에게

'대충'이 '선택과 집중'의 다른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20대 초반부터 연구보조로 일하기 시작해서, 40대 초반에 이제야 좀 내려놓기 시작했다면

그간의 수많은 고민과 시행착오의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누구에게 강요하는 사항은 아니다. 다만... 특히, 나처럼 아이가 있고 연구를 계속하는 사람들에게, 정작 연구 환경은 그리 좋지 않은 환경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명의식과 운명과 숙명처럼 숨 쉬듯이 그냥 자신의 분야를 연구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상황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된다.


직장에서 작성하는 회의록도, 중간 미팅 준비 자료 하나하나 신경 쓰던 나였고

아이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준비물과 과제도 퀄리티를 떠나 뭐 하나 빠뜨리지 않고 챙기려고 하고

출장을 가도 이해관계자와 미팅 시 간단히 구두로 해도 될 것을, 굳이 현장을 미리 가서 점검하고 미팅 1시간 전에 생생하게 미팅을 준비하던 나였다.


결과는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다.

직장에서 내 상사뿐만 아니라 다른 부서 박사님들에게도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아이는 반에서 성실하면서, 학교 수업에 잘 참여하는 학생으로,

현장에 참석한 이해관계자들에게 현장 개선을 할 수 있는 근거를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중에 내 체력과 심리적 정서는

반대로 너무나 안 좋은 쪽으로 가게 되었다.

평소에도 예민할 수 밖에 없고, 두통을 달고 살고,

집에서는 아이 얼굴 보는 것도 버거운 잠만 자고 싶은 나를 발견하는 순간이다.


특히나, 결혼 후 출산을 해서 아이를 돌보며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싱글 때만큼의 아웃풋을 내려는 것 자체가 예민함과 두통, 아이에게 화를 내는 건 필연적인 것을

귀납적인 일반화를 이끌어 낸다.


잠시 내 일을 서포트하던 직원이 어느 날 나한테 했던 말이 인상적이다.

중요하지 않은 일은 그냥 쳐내는 식으로 하시고

박사님 중요한 일에 좀 더 집중하시는 게 장기적으로 좋지 않겠냐고..


그 직원의 말이 맞다.

회의록이야 당연히 중간 과정의 기록이기에, 그것이 나의 인사고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

아이 준비물과 과제,, 빼먹을 수도 있고 그것이 아이 학기 전반에 생활 태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

출장도 출장 목적에만 맞게 거기에만 역할 이행에만 하면 족하다는 것


나의 완벽성에 오점이 남겨질까 전전긍긍하던 것이 '그럴 수 있다'로 바뀌어지는 순간이다.

오점이 있을 수 있고, 완벽주의자는 지향하는 것이지 완벽한 사람은 세상에 없다는 것이다

그 직원의 말 이후로 일 하나하나에 너무 몰입하지 않기로 했다.

일 만큼이나 내 인생에 소중한 가족이라는 존재에게 소홀히 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도 내 아이가 엄마한테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좋냐 하면

나는 '나 자신'이라고 말한다.

돌아가신 친정어머니가 내가 어릴 때 똑같이 물어보면 그렇게 대답하신 기억이 난다.

누가 제일 예쁘냐 해도 당신이 가장 아름답고 멋진 사람이라고..

우리 아이도 그렇게 자기 자신을 먼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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