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베이 가라사대, 폭발은 예술이다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라인업을 보면 뭐랄까, 이를 갈았다는 게 느껴진다. 내년 오스카 시상식의 대세로 떠오른 <아이리시맨>과 <결혼 이야기>를 포함해 <더 킹 : 헨리 5세>, <두 교황> 등 고퀄리티의 영화들을 한번에 쏟아내면서, 지난번 <로마>에 이어 관객들과 평론가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을 기세다. 오스카 캠페인으로 정신이 없는 와중에 넷플릭스의 또 하나의 기대작이 이번에 공개되었다. 킹 이즈 백, 자타공인 할리우드 최고의 폭발의 신, 파괴의 왕 '마이클 베이' 감독의 <6 언더그라운드>다. 넷플릭스 스트리밍 영화지만 극장가를 폭격하던 마이클 베이 특유의 인장은 진하게 묻어있다. 그게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말이다.
영화의 신 마이클 베이 감독은 넷플릭스에서도 1억 5천만불을 들여 끊임없이 터트리고 시도 때도 없이 때리고 부순다. 이젠 몇없는 할리우드의 작가주의 블록버스터 감독답게 이번에도 역시나 '마이클 베이'해버린다. 화려한 카메라 워킹, 눈뽕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때깔 하나는 뛰어난 영상, 정신없는 편집 와중에도 빠지지 않는 슬로우 모션, 폭발하는 액션과 유려한 CG, 요즘 주류 블록버스터 영화에선 보기 힘든 그때 그시절 쭉빵 미녀들의 의미없는 노출, 그럼에도 아드레날린이 치솟는 재미까지, 기존의 그의 영화와 비교해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다. 좋게 말하면 뚝심 있고 나쁘게 말하면 시대 착오적이긴 한데,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걷는 마이클 베이의 매력을 쉽게 외면하긴 힘들다. 맨날 욕하면서도 맨날 그의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는 이유가 있다.
원래 스트리밍 전용 영화이지만 운좋게 시사회를 통해 극장에서 볼 수 있었는데, 그것도 국내에서 손꼽히게 큰 스크린인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Superplex G관인 덕분에 마이클 베이가 선사하는 엄청난 물량 공세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었다. 거기다 극장 개봉 따윈 신경을 안 써서인지 잔인함과 욕설의 수위도 꽤 높은 편이다.(기존 마이클 베이 영화 중에서는 <나쁜 녀석들2>와 꽤 비슷한 분위기다) 꽤 괜찮은 오프닝의 추격 시퀀스 이후 엉망으로 꼬인 시간대와 중구난방 스토리 때문에 좀 지겹다가도, 후반부로 갈수록 쏟아지는 액션과 함께 몰입감을 높여준다.
넷플릭스에 공개된다면 주말 저녁 킬링타임 오락 영화로 즐기기에는 손색이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나 특이한 점은 <6 언더그라운드>는 스케일 큰 영화임에도 스트리밍을 고려하고 만든 것인지 클로즈업이 자주 사용된 걸 볼 수 있었는데, 여기에 시도 때도 없이 흔들리는 카메라에 도저히 뭐가 뭔지 모를 지경인 편집까지 더해지니 약간 어지러울 정도였다. 다들 귀미테 하나 붙이고 최대한 큰 화면으로 관람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