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욱 의문의 1승
<캣츠>를 보기 전 마음은 뭐랄까, 이브날 자정 홍대 지하철역 공중화장실 닫힌 변기 뚜껑을 열어보는 심정이었달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뚜껑을 열어본 영화는 역시나 실망스럽긴 했다. 근데 불타오르는 소돔과 고모라를 기대한 것에 비하면 다소 약한 망작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냥 볼일 보고 물만 안 내린 수준이라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일단 <캣츠>는 너무 기괴하다. 개인적으로는 <알라딘>의 파란 윌 스미스 지니도 괴상하게 느껴졌었던 터라, <캣츠>의 불쾌한 골짜기는 그 정도가 좀 더 심하게 다가왔다. CG도 구려서 마치 싸구려 포르노에 딥 페이크 기술로 배우들 얼굴만 씌운 거 같았고, 중성화된 나체의 고양이 수인들이 날뛰는 그로테스크한 장면들은 크리스마스의 악몽 그 자체였다.
그리고 뮤지컬 영화임에도 의외로 지루하다. 원작 뮤지컬도 서사라는 게 거의 없다고 하다던데, 영화도 별 다른 것 없이 옮긴 듯하다. 빅토리아라는 캐릭터가 메인이긴 하지만, 별 역할 없이 영화 내내 벌거벗은 수인들이 아이 엠 그라운드처럼 노래로 자기소개만 하다가 끝난다. 뮤지컬이야 무대의 특성상 이런 연출도 관객들과 호흡하며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겠지만 영화는 다르다. 배우들도 열심히 뛰고 구르지만 답답한 촬영과 편집은 단체 군무나 각각의 퍼포먼스도 별 감흥이 느껴지지 않게 만든다. 그리고 굳이 불쾌한 골짜기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이야기가 워낙 빈약하다 보니 이는 영화를 지루하게 만들고 결국 하이라이트 스코어 <Memory>의 감흥도 크게 떨어진다.
<캣츠>는 CG보다 차라리 분장을 택했으면 좀 더 거부감이 덜 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게 든다. 요새 할리우드는 뭐든지 CG로 처리하려고 하는데, <캣츠>는 기술의 발전이 결코 혜택만이 아님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되지 않았나 싶다. 기대(?)만큼의 대재앙을 보여준 것은 아니었지만, <캣츠>는 분명 오래도록 기억될 망작, 그리고 괴작임이 분명하다. 언젠가 이 영화도 <록키 호러 픽쳐 쇼>나 <쇼걸>처럼 재조명받을 날이 올까? 글쎄, 지옥에 자리가 없다면 그렇게 될 수도 있을 거 같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