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빠진 콜라같이 밍밍한 스릴러
비슷비슷한 영화들만 쏟아져 나오고 제대로 된 장르 영화가 사라진 충무로에서 '사라진 밤'은 상당히 반가운 존재다. 스릴러라는 점에서는 흔한 장르이지만, 연쇄 살인도 없고, 싸이코패스도 없고, 또경영도 없는 것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게다가 '내가 죽인 아내의 시체가 사라졌다'라는 홍보 문구는 꽤나 자극적이면서도 동시에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영화는 딱 여기까지다. 무리한 반전으로 영화의 결까지 해치는 일이 없다는 건 다행이지만, 지나치게 친절한 전개 덕분에 스릴러 특유의 쫀득함이 사라지고 말았다. 긴장감 없는 스릴러는 김빠진 콜라처럼 시시해져 버리고 말았다.
‘사라진 밤’은 스페인 영화 '더 바디'의 리메이크 작이다. 성공한 원작이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면서도 동시에 원작과 비교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기도 하다. 아쉽게도 원작 영화인 ‘더 바디’를 보진 못했지만, 같은 감독의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와 이번 ‘사라진 밤’을 보면 대충 어떤 전개인지 짐작은 간다. 마치 명탐정 코난처럼 후반부에 반전에 대한 친절한 설명으로 마무리되는데, ‘사라진 밤’은 이 반전에 대한 개연성을 택한 대신 스릴감을 놓쳐버리고 만다. 그래서 반전 스릴러 영화임에도 꽤나 루즈하다.
특히나 긴장감 없이 오가는 편집과 몇몇 캐릭터들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스포일러 때문에 상세하게 설명하진 못하지만, 후반부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기 위해 너무 많은 부분들을 포기한 캐릭터들의 활용도는 끝내 반전마저 발목잡고 만다. 그나마 적은 분량에서도 존재감을 보여주는 ‘김희애’가 있기는 하지만, 그녀 혼자서 이 영화를 캐리하기에는 무리다. ‘사라진 밤’은 이렇게 홍철없는 홍철팀처럼 스릴감 없는 스릴러로 남고 말았다. ‘인비저블 게스트’도 국내에서 리메이크된다고 알고 있는데, 부디 훌륭한 스릴러로 재탄생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