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하이스트] 후기

정작 도둑맞은 건 소중한 나의 시간

by 조조할인

'허리케인 하이스트' 포스터에 당당히 '분노의 질주'의 감독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롭 코헨'이지만,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분노의 질주 1편이 나온 이후로 17년 동안 제대로 된 작품을 못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차기작 '트리플 엑스'는 괜찮았다만, '스텔스'는 실망스러웠고, '미이라 - 황제의 무덤'은 끔찍했으며, '알렉스 크로스'는 사망선고와도 같았다. 그럼에도 '허리케인 하이스트'에 조금의 희망을 가졌던건, 스토리는 저 멀리 보낼지라도 액션 하나만큼은 괜찮지 않을까해서였다. 아무리 B급 냄새가 풀풀난다할지라도, 재난 + 케이퍼 + 차량 액션이라는 오락 영화가 갖춰야할 세가지 미덕과 왕년에 힘 좀 썼던 액션 영화 전문 감독이 만나면 최소한 팝콘값은 할 줄 알았으니 말이다. 게다가 국내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CGV 용산아이파크몰 4DX관, 그것도 프라임석에서 관람했건만, 나의 최소한의 기대마저 영화에 휩쓸려버리고 만다. 영화는 기대 이상으로 재미없다.

워낙 망작이라는 평은 들었지만, 4dx로 봤는데도 지루한 영화는 '지오스톰'이후로 간만이다. 우선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긴박감이라고는 1도 없다는 것이다. 뻔한 전개나 캐릭터, 구닥다리 대사는 그렇다치더라도, 허리케인마저 배신할줄은 몰랐다. 악당이고 주인공이고 허리케인이고 죄다 찔끔찔끔 거리다가 끝나버리고 만다. 저예산 B급 영화인줄 알았는데, 완성도는 싸구려 C급 영화다. 캐릭터는 진부한걸 떠나서 아예 무색무취이고, 대사들은 진부하다 못해 다음 대사를 예측 할 수 있을 정도다. 시도 때도 없이 '레드헛! 오바하! 22!'만 외쳐대는 눈물겨운 형제애를 듣다보면 차라리 허리케인 바람소리라도 의성어로 자막에 넣어주셨으면 덜 지루했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타까운건, 웬만하면 커버가 가능한 4DX마저도 이 영화에 MSG 투척에 실패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재난 + 차량 + 케이퍼 무비라서 그나마 4DX가 힘 좀 쓸줄 알았는데, 허리케인 바람에 4DX 효과도 날아가버리고 만다. 4DX로 볼만한 장면은 기껏해야 몇 장면인데, 그것도 생각보단 파괴력이 덜하다. 사실 영화 속에서 허리케인도 거의 배경에 가까운지라, 힘 쓸 여력도 없었긴 하다. 똥싸다 끊는 것 같던 '지오스톰'의 4DX 효과보다야 낫지만, 사상 최고의 허리케인를 체감하기에는 너무나도 심심했던 게 아닌가 싶다. 굳이 이 영화를 한번 보겠다면 4DX로 보는걸 그나마 추천하지만, 그냥 마스크 안끼고 미세먼지 마시면서 조깅하는게 더 재난 영화스럽지 않을까 싶다.

'롭 코헨'은 이제 '레니 할린'의 후계자가 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췄기에, 조만간 중국에서 부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주연배우인 '토비 켐벨'은 '허리케인 하이스트' - '벤허' - '판타스틱 포' 등의 환상의 필모그래피를 자랑하게 되어버렸기에, 앞으로 믿고 걸러야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어찌나 재미가 없던지 자꾸 딴 생각을 하게 만들던데, 차라리 이 영화가 앞으로 나올 분노의 질주 시리즈 스핀오프작인 '홉스&쇼'의 중간 에피소드로 나왔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연방요원 홉스가 쇼에게 도움을 청하면서, 악당도 물리치고 허리케인에게도 락바텀을 날리는 그런 영화였으면 더 재밌지 않았을까라는 망상을 해본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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