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픽 림 : 업라이징] 후기

기대보다는 아쉽고, 걱정보다는 괜찮다

by 조조할인

어릴 적부터 거대 로봇 만화영화를 좋아했던 나에게 '퍼시픽 림'은 충격 그 자체였다. 스크린에 채 담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예거의 모습은 어린 시절의 꿈이 그대로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어떤 영화는 하나의 장점만으로도 인생 영화가 되기도 한다. '퍼시픽 림'이 딱 그랬다. 아쉽게도 흥행 성적은 다소 아쉬웠지만, 중국의 대대적인 흥행에 힘입어 이렇게 속편이 제작되었다. 사실 속편이 기다려지면서도 걱정이 앞섰는데, 예고편에서 보여진 경량화된 예거와 물갈이된 배우진, 그리고 개봉 당일까지 공개되지 않은 영화 때문이었다. 막상 관람한 '퍼시픽 림 : 업라이징'은 기대보다는 아쉽지만, 그럼에도 걱정보다는 괜찮은 결과물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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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픽 림'이 사랑받은 이유는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뚝심 덕분이었다. 예거 파일럿 두 명이 따로 모션을 취하는 게 더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간지가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파일럿들의 동작을 통일시킨 사례만 보더라도 그는 멋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었다. 이렇듯 1편은 델 토로 감독이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것'(혹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들을 우직하게 그려낸 덕분에 재미와 간지가 제대로 살았다면, 이번 2편은 '관객들이 보고 싶겠다고 생각한 것'들에 더 집중한다. 더 완구화에 맞춰진 예거의 디자인과 무기, 밤이 아닌 낮에 깔끔하게 벌어지는 전투, 쉽고 간단한 스토리마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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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1편의 흥행에 대한 보답이라도 하듯 중국의 비중이 꽤 높은데, 쉴 새 없이 나오는 중국어에 비해 중뽕스러운 부분은 많이 보이지 않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걱정이 앞선 덕분에 실망을 덜했다고는 하지만, 스토리는 다소 아쉽다. 의외로 전개는 매끄럽게 흘러가지만, 긴장감을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게 가장 큰 단점이다. 1편은 '정말 카이주를 이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만큼 박진감 넘치는 전투와 절박한 전개를 펼친 것에 비해, 2편은 짧은 러닝타임에 맞춰 착착 흘러가다보니 전투의 긴장감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게다가 1편의 웅장한 메인 테마곡이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이 무엇보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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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퍼시픽 림 - 업라이징'은, 팝콘 영화로서는 나름 괜찮은 수준을 선보인다. '퍼시픽 림' 1편이 주던 특유의 매력은 다소 희소되었다는 점은 아쉽지만, 머리를 비우고 볼만한 오락 영화로는 충분한 역할을 다한다.(거대 로봇물을 좋아하는 취향 때문에 팬심이 다소 들어간 영향이 없지 않아 있긴 하다) 적어도 커다란 스크린에서 때리고 부수는 사명은 확실히 다한다. 그리고 IMAX 화면비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씻겨주는 괜찮은 3D 효과도 눈에 띄니, 취향에 맞는 포맷으로 관람하는 것도 재밌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에 속편을 암시하면면서 끝나는데, 다음 편은 좀 더 '퍼시픽 림'스러운 묵직한 재미를 줬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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