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필버그라는 소년은 늙지 않는다
흔히들 할리우드를 꿈의 공장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 공장장의 자리에 가장 어울리는 사람은 이전에도 '스티븐 스필버그'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공장의 CEO는 제임스 카메론정도 되시겠다) 이처럼 '레디 플레이어 원'은 보고싶은 것들을 기여이 보여주고 마는 우리 시대 최고의 몽상가, '스티븐 스필버그'의 저력이 온전히 느껴진다. 바로 얼마 전에 선보인 '더 포스트'는 '필름'스러운 힘을 보여주었다면, '레디 플레이어 원'은 보다 더 '무비'에 가깝다. 8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영화와 음악, 게임 등 온갖 대중 문화들을 신나게 뒤섞으면서도 본질 또한 놓치지 않는다. 우리를 꿈꾸게 만들었던 그들에 대한 사랑과 찬사, 그리고 오직 스필버그이기에 가능한 재미까지 선사한다.
'레디 플레이어 원'은 '최초의 가상 현실 블록버스터'라는 홍보 문구처럼, 영화의 대부분이 '오아시스'라는 가상 현실 속에서 진행된다. 이 오아시스를 만든 '제임스 할리데이'(마크 라이런스 역)가 사망하면서, 오아시스에서 세 개의 열쇠를 찾고 최종 이스트 에그를 발견한 사람에게 오아시스의 전권과 5000억 달러의 유산을 넘기겠다고 유언으로 발표한다. 그리고 이 비밀을 풀기 위한 오아시스의 유저들과, 회사를 차지하기 위한 악당 기업 IOI의 경쟁이 시작된다. 마치 게임 스테이지와도 같은 이 시놉시스를 클리어하기 위해, 파시발(타이 쉐리던 역)은 자신의 파티원들인 H(리나 웨이스), 다이토(모리사키 윈 역), 쇼(필립 조 역), 그리고 아르테미스(올리비아 쿡 역)와 힘을 합친다.
이스트 에그를 찾기 위해 떠난 소년 소녀들의 모험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이전에도 수없이 제작한 모험 영화와 큰 줄기를 같이 한다. '역시 스필버그'라는 말은, 그가 늘 그려온 영화 속 메시지도 '레디 플레이어 원'에 그대로 담겨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디지털 캐릭터와 컴퓨터 그래픽이 넘쳐나는 이 영화에서 사람 냄새가 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여전히 그는 휴머니즘의 대가이고, 가슴 속에 식지 않은 열정과 꿈이 있다는 게 영화에서 만져질 정도니까 말이다. 그가 사랑했던 영화와 감독들에 대한 존경과 헌사가 담겨있을 뿐만 아니라,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수 많은 서브 컬쳐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그의 마음도 느껴진다. 꿈꾸는 것을 멈추지 말고, 현실의 것들을 놓치지 말라는 그의 당부가 2시간이 넘는 모험으로 알차게 담겨있다.
다소 건방져 보여서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을 썩 좋아하진 않지만, '레디 플레이어 원'만큼은 정말 '아는만큼 즐길 수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아키라 바이크'와 '빽 투 더 퓨처'의 '드로이안'이 '킹콩'을 앞에 두고 레이싱을 펼치고, '메가 고지라'를 '아이언 자이언트'와 '퍼스트 건담'으로 맞서는 이 영화의 다양한 레퍼런스들은 그야말로 넋이 나가게 만든다. 그 중에서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을 다루는 시퀀스는 화룡점정과도 같다. 스필버그의 센스에 무릎을 탁치다가 관절염에 걸릴 지경이다. 물론 오아시스 밖의 이야기도 놓치지 않는다. 게임 안과 밖을 장악한 자본에 대한 이야기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현실과 가상 세계의 연대를 통해 날카로운 메시지 또한 전한다.
'레디 플레이어 원'을 통해 2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스티브 스필버그'의 영화 속으로, 그리고 그가 꿈꾸는 세상 속으로 로그인할 수 있었다. 이야기는 잃은 채 CG로만 넘실거리는 요즘 영화계에, 기술의 장인이 몸소 나서 한방 시원하게 날린다. 게임이 게임일 수 있었고, 영화에 대한 꿈이 순수했던 시간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걸 그보다 따뜻하고 재밌게 담아낼 사람이 있을까 싶다. 이처럼 '레디 플레이어 원'은 다시 한번 우리를 설레게 만들고, 꿈꾸게 만든다. 스필버그의 꿈은 현재진형행이고, 꿈꾸는 자는 늙지 않는다. 스필버그라는 소년의 꿈이 영원히 깨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P.S. - 메인 예고편 속 여러 레퍼런스 너무 낯설지만 이 영화가 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최소 '샤이닝' 정도는 관람하시고, 시간 나면 '빽 투 더 퓨처'나 '아이언 자이언트'도 찾아보는 것도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