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버드] 후기

우리 사이에서 나를 꽃피우다

by 조조할인

※ 브런치 무비 패스로 관람한 영화입니다


로튼 토마토에 대한 신뢰도도 이젠 약간 시들해졌지만, '레이디 버드'의 신선도는 다소 특별했다. '프랜시스 하'로 미국 인디 영화계의 새로운 별로 떠오른 '그레타 거윅'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레이디 버드'는 오랜 기간 동안 수많은 평론가들 사이에서 신선도 100%를 유지했다. 골든 글로브에서는 뮤지컬-코미디 부분 작품상을 수상했고, 아카데미에서도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한 여러 부분에 후보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평범해 보이는 이 성장 영화에 특별함을 더한 것은 피부에 와닿고 입에 달라붙는 우리의 이야기이자 나의 모습이다. 내용은 대부분이 픽션이라지만 '그레타 거윅'이 자신의 이야기를 한방울 떨어뜨리니 꽤나 진솔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라는 존재가 '우리'들 사이에서 어떻게 꽃피워지는지, '레이디 버드'는 유쾌하고 솔직하게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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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에게 '레이디 버드'라는 이름을 지어준 '크리스틴'(시얼샤 로넌)은 그야말로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중이다. 모든 것이 궁금하면서, 동시에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불만이다. 부유하지 않은 집과 지긋지긋한 새크라멘토를 떠나 뉴요커로서의 삶을 꿈꾼다. 크리스틴, 아니 레이디 버드는 자기 자신을 옭아맨 굴레를 벗어나 날개를 펼치고 싶어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그래서 레이디 버드는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세상에 저항을 한다. 학교 회장에도 출마하고, 연극 동아리에도 들어간다. 온 우주가 자신을 중심으로 돌길 바라지만, 그녀는 어느 무대에서도 주인공이 되지 못한다. 겨우 얻은 성적은 옳지 못한 방법을 통해서였고, 거짓말을 통해 교내의 주류 무리에 끼지만 늘 겉돌기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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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특별하게 만들어 줄 것만 같았던 것들도 특별하지 않았다. 꿈꾸던 저택도, 이상형과의 첫경험도, 어쩌면 레이디 버드라는 이름도 그랬다. 그래서 그녀는 자기 자신이 특별해질 수 있을 것만 같은 뉴욕으로 향한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벗어난 뉴욕이건만, 그녀는 '레이디 버드'라는 이름을 대신 '크리스틴'을 선택한다. 지긋지긋한 고향을 벗어나고서야 자기 자신이 얼마나 고향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는지, 가족들을 사랑하는지 깨닫는다. 아니면 애써 외면해왔던 것들을 드디어 직시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레이디 버드'조차 '크리스틴'이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던 것들을 깨달은 그녀의 모습은 대견하면서도 쓸쓸해보인다. 늘 조연인줄 알았지만 내 삶의 주인공은 언제나 나였음을 '크리스틴'은 떠나고서야 깨닫는다. 이처럼 뻔하면서도 특별한 나와 우리의 이야기이기에, 이 영화 속에 담긴 수많은 감정이 온전히 만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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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의 관계로 보이는 엄마와의 불편한 사이, 새로움이 없는 따분한 고향, 그러면서도 이 모든 것들을 그리워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눈물나게 공감가는 이유는 바로 우리 자신의 이야기여서가 아닐까 싶다. 가족과 고향은 떨쳐낼래야 떨쳐낼 수 없는 굴레이기도 하지만, 좋든 싫든 내가 나일 수 있게 해준 자양분이기도 하다. 이처럼 나라는 존재가 꽃피우기 위해 펼쳐지는 수많은 상호 작용 속에서, '레이디 버드'는 '크리스틴'이라는 이름을 다시 되찾는다. 내가 나로 온전히 날개짓을 펼칠 수 있도록 품어준 나의 뿌리, 그 둥지를 떠나온 세상의 수많은 레이디 버드들을 영화는 누구보다 따뜻한 손길로 보듬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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