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눈질을 넘어 제대로 만든 익스트림 호러 체험
미식가는 편식을 하지 않는다는 신조 아래, 영화라고 하면 장르 구분없이 웬만하면 다 챙겨보는 편이다. 그럼에도 다소 손이 가지 않는 장르가 바로 공포다. 딱히 공포 영화를 보면서 무서움을 느끼지 못하는데다가, 진짜 무서운 건 재미 없는 공포영화를 보면서 낭비하는 내 시간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게다가 요새 강력 범죄가 워낙 판을 치다보니, 귀신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사람'이 더 무서워진 것도 있다. 그리고 절망에 가까운 최근 한국 공포 영화들 덕분에, '곤지암'에 대한 기대도 그리 높지 않았다. '곤지암 정신병원'이라는 유명한 장소에 철지난 파운드 푸티지 장르를 어설프게 얹은 건 아닐지 걱정했는데, 웬걸, 물건이 나왔다. '곤지암' 이 영화, 제대로 무섭다.
액션이면 액션, 공포면 공포 등 특정 장르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는 감독들이 있다. 그러나 장르 안에서도 유행이라는 것이 있고, 스스로 발전하지 못하면 이 흐름을 잡지 못하고 도태되고 만다. 다행히 '기담'을 연출한 '정범식' 감독은 그러지 않은 것 같다. 꾸준히 공포 영화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놓지 않더니, '곤지암'으로 그 결실을 맺었다. '곤지암'은 기존의 한국 공포 영화와는 거리가 있다. 사연도 없고 한 맺힌 귀신도 없다. 캐릭터들에 대한 전사도 완전히 제거해버리면서, 오로지 '공포'에만 집중한다.
'곤지암'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곤지암 정신병원 그 자체이다.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곳인만큼 유명한 이 장소에 살을 붙여 제대로 활용한다. 스산한 배경 그 자체만으로도 공포 영화가 진정으로 갖춰야할 미덕인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이미 할리우드에서는 사골까지 우려먹은 파운드 푸티지 장르를 인터넷 방송과 엮은 활용도도 괜찮다. 기괴한 장소와 제한된 시야의 시너지는 꽤나 놀라운 장면들도 만들어낸다. 차마 고개를 돌릴 수 없는 인물들의 심리가 카메라 앞에 절실하게 느껴지면서, 공포감을 극대화시킨다.
사실 영화의 전개는 기존에 갖춰진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여느 공포 영화처럼 청춘 남녀가 만나 한바탕 놀고, 가지 말라는 곳 가고 하지 말라는 거 하다가 된통 당한다. 전반부의 전개가 다소 아쉽다고는 하나, 중후반부를 넘어서면서는 거의 숨도 못쉬게 휘몰아친다. 텐션을 서서히 끌어올리더니 그대로 결말까지 멱살 쥐고 끌고 가는데, 그 박력이 꽤나 효과적이다. '곤지암'은 어떤 것이 무서운 것인지를 잘 아는 영화다. 그래서 예상된 편집점에서도 그 공갈이 먹힌다. 다른 무엇보다 '공포'에만 집중하고 신경쓰더니, 결말까지 미련없이 쿨하다. '곤지암'이 선사한 이 짜릿한 호러 체험은 한동안 회자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알찬 흥행 성적과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