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4DX VR 영화라는 것에 의의를 둔다
세상이 변한다고 해도 필름과 극장을 고집하는 사람들도 있고, 기술의 발전을 적극 수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느 것이든 정답은 없다. 틀은 변하더라도 영화라는 알맹이는 그대로이니 각각의 매력으로 승부하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최초의 4DX VR 영화인 '기억을 만나다'의 도전은 놀랍다. 공간성이 돋보이는 VR이라는 컨텐츠를 영화와 접목시켰고, 그 실감을 위해 4DX의 기술까지 더했다. 이 도전이 앞으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보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기억을 만나다'는 몇가지 관점에서 볼 수가 있다. 우선 하나의 영화로서의 평가다. 여타 영화들과는 달리 '기억을 만나다'는 스토리보단 기술을 염두해두고 만들었다고 해도, 일단 영화는 영화다. 40여분의 짧은 러닝타임이라고는 하나 영화의 내용만 따지자면 아쉽다. 영화라기보다 웹드라마에 가까운 내용에, 이마저도 매우 단순한 스토리 라인으로 진행된다. VR의 구현을 위해 스토리와 캐릭터가 많이 희생한 느낌인데, 영화로서 이는 매우 치명적이다. 그리고 '서예지' 배우는 짧은 러닝타임에도 괜찮은 존재감을 보여주는 것에 비해 '초인'으로 괜찮게 봤던 '김정현' 배우의 연기가 좀 아쉽다.
두번째는 'VR 영화'로서의 평가다. 4DX와 VR이라는 기술을 사용함에도 '멜로 드라마'라는 장르를 택한 건 다소 의아해 보일 수 있다. 오히려 VR이라는 컨텐츠는 액션이나 공포, SF와 더 적합해 보인다. 4DX 영화가 개봉할 때 종종 VR 홍보 부스가 설치되는 걸 볼 수 있는데, 모두 '툼레이더'나 '어쌔신 크리드'같은 게임 원작이나 '로그원'같은 SF 영화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더 그렇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2~3분짜리의 짧은 '체험'이고, 스토리를 가진 '영화'는 또 다르다. '제임스 카메론'이 '아바타'를 3D로 제작하면서 가장 염두해둔 점이 눈의 피로도였듯이, '기억을 만나다'도 첫 VR 영화를 시각적으로 자극적인 것들보다 드라마라는 좀 더 안전한 선택을 한 게 아닌가 싶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옳아보인다. 잔잔한 드라마이다보니 화면 안을 두루두루 둘러볼 여유가 생기면서, 첫 VR 영화를 어떻게 봐야하는지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지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영화로 보면 앙상한 스토리라인이지만 이는 오히려 계속 두리번거리면서 봐야하는 VR 자체에 더 집중할 수 있었게 해준다. 기존의 4DX 영화들과 다른 4DX 효과도 그렇다. 역동적인 장면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4DX지만, 여기선 어디까지나 'VR'의 보조에 집중한다. 바다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잔잔한 바람과 향기를, 둘의 통화 장면에서는 모션 체어 효과를 주면서 VR의 공간감과 리얼함을 느낄 수 있게 도와준다.
이렇듯 영화가 시각적으로 자극적이지 않고 몸이 지치지 않게 애를 씀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약간의 울렁거림을 느꼈다. 4DX 영화를 1년에 수십편을 볼 정도로 즐기는데다가 평소에 멀미도 거의 안하는 편이지만, 짧은 시간에도 VR이 눈에 주는 피로도는 상당했다. 4DX 효과는 미미했던 걸 생각하면 VR 자체가 주는 피곤함과 답답함이 상당히 컸다. 게다가 VR 기기 자체의 무거움과 굉장히 낮은 화질 때문에 계속해서 초점을 맞춰가면서 봐야하는 불편함도 있었기에 영화를 관람하면서 신경써야하는 부분도 많았다. 무엇보다 화질의 개선과 시각의 피로도는 VR 영화가 우선적으로 개선해야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이처럼 분명 '기억을 만나다'는 아쉬운 부분이 상당히 존재하는 영화다. 그럼에도 첫 시도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4DX VR이라는 포맷에 대한 가능성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레디 플레이어 원' 속의 '오아시스'를 간접적으로 경험해보는 것 같기도 했다. 앞으로 VR 영화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확언하긴 힘들지만, '기억을 만나다'는 첫 영화라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내가 보는 것이 바로 컷이고 편집이 되는 이 신비하고 독특한 영화를 극장에서 한번 즐겨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