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후기

완급 조절에 실패한 각색의 아쉬움

by 조조할인

'7년의 밤' 원작 도서는 군 복무 중에 읽었다. 당시 한창 베스트셀러였던 이 책이 진중문고로 들어와서 얼른 읽었었는데, 기대보다는 좀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아무래도 소설 속의 소설같은 구성으로 진행되는 내용에 집중하기 힘들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영화화 소식을 듣고 걱정과 궁금증이 동시에 들었다. 영화는 좀 더 단순한 구조로 갈 거 같은데, 그럼 이야기의 매력은 떨어질 것 같았지만 저수지를 비롯한 세령 마을의 여러 모습들을 실제로 구현하면 흥미로울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영화는 공개되지 않았고, 차일피일 미뤄지다 무려 촬영한지 2년이 지나 이제서야 공개되었다. 2년이 넘는 시간동안 걱정은 우려가 되었고,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movie_image.jpg?type=m665_443_2


결과적으로 영화는 각색의 단계에서 실패했다. 원작이 가진 여러 줄기의 이야기들을 하나로 합치면서 오히려 힘을 잃어버리고 만다. '최현수'(류승룡)와 '오영제'(장동건)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위해 '서원'(고경표 역)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덜어내는 강수를 둔다. 하지만 텍스트와 달리 최현수와 오영제의 이야기의 호흡은 느리고 답답하며, 영화와 책의 가장 중요한 주제로 작용하는 '서원'의 이야기가 빠지자 더 평범한 이야기에 그치고 만다. 영화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어둡고 무거운 것에 비해 느린 전개 때문에 보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피로하다.


movie_image.jpg?type=m665_443_2

의외로 '안승환'(송새벽)의 존재가 그나마 극의 중심을 잡아주지만, 그 뿐이다. 각색 과정에서 이야기와 주제, 장르의 재미까지 다 사라지고 말았다. 영화의 미장센과 이미지는 돋보이는 편이나 결국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강렬한 이미지들이 영화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의외로 배우들의 연기는 괜찮은 편이나, 각자 과잉으로 넘쳐나는 캐릭터들의 조합은 그리 흥미롭지 못하다. 무엇보다 원작을 읽지 않은 관객들에게 '7년의 밤'이라는 영화만의 재미를 찾기가 힘들다. 원작을 떼어놓고 영화로만 본다면 더 박한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는 답답한 전개와 흐릿한 주제만이 남을 뿐이다. 괜히 아카데미 시상식에 '각색상' 파트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7년의 밤'의 안타까운 결과가 잘 보여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기억을 만나다]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