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기억해] 후기

소재와 전개, 메시지의 언발란스

by 조조할인

※ 스포일러 있음


'나를 기억해'를 보면서, 정말 오랜만에 영화를 보다가 중간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얼'이나 '판타스틱 4'(2015)같은 경우는 망작임을 인지하고 관람했지만, 어느 정도 평타치는 스릴러 정도를 기대한 '나를 기억해'의 내용은 좀 충격적이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예민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데, 영화는 다루는 내용과 전개 그리고 메시지까지 모두 하나 제대로 잡지 못한다. 초중반부까지는 견디기 힘들만큼 불쾌하더니, 뒤로 갈수록은 유치해져버린다. 이런 소재를 이 정도로 무성의하게 다루는 것은 2차 가해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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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는 좋다.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청소년들의 성범죄 + 사이버 범죄 등 자극적인 소재들을 숨어살아야만 하는 성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위로와 응원이라는 메시지로 풀어내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딱 그 뿐이다. 우선 말했듯이 초반부를 견디기 되게 힘들었다. 진짜 짜증나다 못해 상당히 불쾌하다. 간접적으로 보여주기는 하지만, 청소년들의 윤간 장면과 이어서 강간 포르노 제작까지 자극적인 소재들을 나열하기 바쁘다. 그리고 또 한국 스릴러의 고질적인 문제, '경찰에 신고 안하기'가 나타난다. 하긴 경찰에 신고하면 아예 영화 제작이 안될테니 이해하고 넘어가려고 해도, 그 태도가 되게 불성실하다. 공감하는 '척', 피해자를 이해하는 '척'하기 바쁘다. 인물들은 죄다 쓰레기 아니면 답답이 뿐이다. 성폭력 피해자가 더 이상 숨어있지 않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전면에 나서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 어느 것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채 결국 또 기대는 모습만 끝없이 반복해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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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하나하나 개연성을 따지는게 우습긴 하지만, '나를 기억해'의 대부분의 요소들이 좀 억지성이 강하다. 아무리 돈 때문에 뭐든지 하는 청소년들이라지만 반전을 위해서 심어둔 코드들이 진짜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돈 때문에 자기 명찰 달고 이상한 사진 찍어서 반 전체에 뿌린다?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지 난 잘모르겠다. 그리고 그 짓거리할만큼 골빈 애들이 학교 생활은 착실히 하는 척이라도 했다는 것도 어이가 없을 지경이지만, 그래도 이해하고 넘어가려했는데 마지막 반전이 참... '마스터'라는 유치뽕짝한 네이밍 센스 때부터 대충 예상은 했는데 진짜 그러니 허탈하다. 그리고 그게 끝? 영화는 악당을 처단하는 카타르시스적인 요소도 없고, 그렇다고 사회 교화적인 메시지를 제대로 담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자극적인 요소들을 나열하기 바쁘더니 얼렁뚱땅 끝내버린다. 마지막에 '다행이다'라는 '서린'의 대사는 그야말로 최악이다 못해 충격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극장에서 중간에 진짜 나가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나도 그랬어야 했는데 그래도 결말이 어떨지 궁금해서 억지로 앉아있기는 했었다. 모르긴 몰라도 이 영화 올해 최악의 영화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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