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만 골라서 다 하네
'마동석'이라는 배우는 충무로에서 독특한 위치에 서있다. '드웨인 존슨', '실베스타 스텔론'처럼 배우 스스로를 일종의 장르로 자리잡게 만들었다. 험악한 외모와 달리 귀여운 매력을 뽐내는 '마요미'라는 별명답게 자신의 캐릭터를 적극 활용하면서 CF 시장은 물론이거니와 작년 '범죄도시'로 스크린에서도 큰 사랑을 받는데 성공했다. 영화 '챔피언'은 다시 한번 이런 마동석의 캐릭터를 앞세운다. 사실 국내에서 '팔씨름'을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마동석만큼 독보적으로 생각나는 배우가 없기도 하다. 하지만, '챔피언'은 한국에서 스포츠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들을 죄다 쏟아넣는다. 안일하다 못해 게을러보이는 이 선택은, 결국 자충수가 되고 만다.
팔씨름이라는 소재를 메인으로 다룬 영화나 드라마는 극 중에서 언급되는 '실베스타 스텔론' 주연의 '오버 더 톱'(1987) 정도 말고는 거의 없긴 하다. 그래서 '챔피언'이 선택한 여러가지 안전 장치들이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챔피언'은 자신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곁가지들을 한 두개 선택한 수준이 아니라, 모두 골라 담았다는 점이 패착으로 작용한다. 입양아를 주인공으로 했으니 당연히 가족찾기, 알고보니 가족의 숨겨진 비밀, 알고보니 어머니는 너를 사랑하셨어라는 즙짜내는 전개, 애들 재롱으로 어설픈 웃음 자아내려하기, 빠지지 않는 가족사진 찍어서 액자 걸어두기, 에이전트는 한 대 치고 싶을만큼 민폐 까불이(캐릭터가 말이 많아도 짜증날만큼 너무 많다), 당연히 조폭 엮어서 승부 조작 시도, '아빠 일어나!'식의 응원 도핑으로 인한 한판 뒤집기, 게다가 마지막으로 재벌 2세 갑질 한스푼까지, 한국 영화에서 이젠 좀 그만 봤으면 하는 내용들로만 가득하다.
팔씨름이라는 드문 소재와 마동석이라는 괜찮은 캐릭터를 이토록 안일한 전개로 허탈하게 소비한 것은 너무나도 아쉽다. 거의 기믹 수준에 이른 마동석의 외모로 웃음 자아내기도 이젠 아슬아슬한 수준이다. 게다가 배우의 연기 문제인지 감독의 디렉팅 문제인지, '권율'의 연기는 '수상한 그녀'의 '이진욱'을 떠올리게 할만큼 오버스럽고 어색하다. 배우 마동석도 '범죄도시'에 이어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안착시킬 수 있었던 기회였음에도, 그저 이미지 소비에 그치고 만다. 마이너한 소재이기에 가족 영화의 요소를 섞은 것 자체를 뭐라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 참신할 수 있었던 영화를 망쳐버린 안일하고 게으른 기획이 너무나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