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살다 이런 영화를 다 보네
얼마 전 '챔피언'도 매우 실망스러웠는데, 이번에 나온 '레슬러'는 그보다 더 심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더 궁금해졌다. 도대체 얼마나 엉망이길래? 이 몹쓸 호기심에 결국 관람하게 된 '레슬러'는 뭐랄까, 기이한 영화였다. 충무로에 돈이 썩어나는 것인지, 어떻게 이런 각본으로 제작 허가를 받은 것인지 의문만이 들 뿐이다. '챔피언'은 흥행이 될만한 요소들을 생각없이 다 때려박아서 말아먹었다면, '레슬러'는 말아먹을 만한 요소들만 다 때려박은 실험 영화같다. 과연 이런 내용에 유해진을 끼워넣으면 얼마나 관객이 모일까 실험하는 그런 영화말이다.
'레슬러'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말도 안되는 설정을 뚝심있게 밀고 간다는 점이다. 무리수인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밀고가는 이 전개는 뻔뻔하다 못해 이해가 안될 지경이다. 그리고 '레슬러'라는 제목과 다르게, 레슬링은 제대로 거들지도 못한다. 아버지가 못다이룬 꿈을 아들이 대신 이룬다...라는 이 설정은 얼마 전에 개봉한 인도 영화 '당갈'을 떠올리게 만들지만, '레슬러'의 완성도는 '당갈'을 언급하기에도 민망할 지경이다. 이 말도 안되는 두가지를 제대로 섞지도 못할 거면서 왜 굳이 설정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그래서 '레슬러'는 망작도 망작이지만 우선 '괴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연 이런 배우들로 이런 내용을 다룬 영화를 또 만날 수 있을까? 리얼은 워낙에 언터쳐블 수준의 영화라 그렇다치더라도, 정상적인 기승전결을 가진 상업 영화의 탈을 쓴 이런 괴상망측한 영화를 또 만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작비를 낭비하는 것도, 배우를 낭비하는 것도, 관객들이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서로에게 모두 좋지 않은 일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