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으로 얼기설기 메워도 어설픈 음모론
'골든 슬럼버'를 보고 나서 든 첫 느낌은 '재미가 없다'였다. '리얼'처럼 압도적으로 못만든 것도 아니고, '그것만이 내세상'처럼 클리셰 범벅 신파극으로 지루한 것도 아니고, '골든 슬럼버'는 재미가 없다. 설 연휴를 겨냥한 오락 영화에서 재미가 빠진다는 것은 앙코 없는 찐빵이자, 조율이시가 빠진 차례상과 다르지 않다. 괜찮은 소재와, 그 보다 더 괜찮은 배우들을 데리고도 이 정도의 결과물이라는 점이 무엇보다 실망스럽다.
영화 '골든 슬럼버'는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 '골든 슬럼버'를 원작으로 한다. 일본에서는 같은 원작을 바탕으로 하는 동명의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다. 아쉽게도 원작 책과 영화를 모두 보지 못해 한국판 '골든 슬럼버'와 직접적인 비교를 하긴 힘들지만, 각색 과정에서의 한국화가 실패한 것만은 분명하다. 평범한 소시민이 하루 아침에 누명을 쓰고 쫓긴다는 설정은 흔하고 흔하다. 당장 작년만 해도 비슷한 내용의(그리고 더 못만든) '조작된 도시'가 있었으니 말이다. '골든 슬럼버'는 이런 거대 세력의 음모에다가 우정이라는 요소를 섞는다. 하지만 이조차 부족한 개연성이 주는 전체적인 헐거움을 메우지는 못한다.
'골든 슬럼버'의 가장 아쉬운 점은, 술술 흘러가는 전개에 비해 긴장감이 전혀 조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음모, 우정, 음악 그 무엇 하나 자세히 다뤄주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진행되다보니, 강동원의 잘생긴 얼굴조차도 한계에 벅차고 만다. 특히 이전 작품들에 비해 이번에 강동원의 연기는 유독 붕뜬 느낌이다. 평범한 소시민이 아니라, 어딘가 모자라보인다. 착한 것과 멍청한 것은 엄연히 다르다.(이전에 심은경이 '걷기왕'에서 선보인 연기와 흡사해보인다) 게다가 극에서 긴장감을 불러일으킬만한 요소들을 김의성이 연기한 '민씨'에게 다 떠맡겨 버리면서 김이 팍 새버린다.
그러다보니 건우와 밴드 멤버들간의 관계나 음악도 큰 감흥을 주지 못한다. 그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을 온전히 믿어줄 사람과 그 사람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현실, 그리고 이들을 엮어주는 추억과 음악들이 주는 감정의 밀도는 그리 진하지 못하다. 영화는 음모론과 우정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 중 하나를 하기도 벅차 보인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은 더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영화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인 장면들이었지만, 그 장면 이전의 영화 전체와 유기적으로 얽히지 못해 따로 노는 느낌이 들고 만다. 그래서 영화는 끝끝내 시큰둥하게 끝나버리고 만다. 어찌나 영화가 밍밍했으면, 윤계상이 내민 햄버거가 버거킹이었다는 사실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