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끝까지 어디서 본 장면들로 가득하다
'너의 결혼식'이 8월 22일 정식 개봉을 20여일 앞두고 일반 시사를 벌써부터 한다는 건, 영화에 대한 자신감이 충분하다는 것으로 보였다. 저승 세계도 있고 첩보원도 있고 강화복도 있지만 로맨스는 없는 이번 여름 극장가에 '너의 결혼식'과 같은 말랑한 영화들을 원하는 관객층도 분명 있을 것이다. 유난히 더운 이번 여름이기에 청춘남녀가 썸타기에 시원한 극장만큼 적당한 장소도 없다. 확실한 컨셉과 명확한 타겟층을 가진 영화처럼 보였지만, 의외로 영화는 좀 당황스럽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디서 본 듯한 장면들로 가득한 이 영화에, 애정이 쉽사리 생겨나지 않는다.
내 생각에 이 영화는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이하 '그소녀')를 감명깊게 본 제작사가 '그 소녀를 한국식으로 만들어보자'라고 만든 게 아닐까 한다. 이럴거면 차라리 판권을 사서 리메이크를 하는 게 어땠을까 싶을 정도다. 물론 영화가 '그소녀'와 똑같은 전개도 아니고, 첫사랑 영화라는게 다 고만고만하기도 하지만 영화의 기획은 좀 게을러 보인다. 요즘은 거의 회자되지 않는 잊혀진 영화인 '차태현'과 '손예진' 주연의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와 '그 소녀'를 큰 줄기로 해서, '스물', 500일의 썸머', '연애의 온도' 등 온갖 로맨스와 멜로 영화들과 네이트판 연애란 베스트글, 최근 SNS 화제 유머 이슈, 2000년대 초중반 인터넷 소설을 짬뽕한 것처럼 느껴진다. 마치 '너의 결혼식'은 로맨스&멜로 영화들의 패러디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들에게서 특정 영화들이 떠오르니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기획 영화에 트집을 잡는 게 좀 웃기긴 하지만, 미술이나 고증이 참 형편없다. 2007년 고등학교 시절, 2010년 초중반의 대학교 시절, 2018년의 오늘날을 구분 가능한 건 핸드폰 뿐이다. 추억의 가로본능 폰만 아니면 이게 2007년인지 2018년인지 구별이 아예 안간다. 그리고 시종일관 '이쁘게' 찍으려고 하다보니 현실감이 제로다. 마치 인스타 필터라도 끼얹은 듯한 뽀샤시한 화면은 영화가 아니라 TV 청춘 드라마나 웹드라마 같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의 심리도 자꾸 보다보면 순정이 아니라 집착같이 느껴진다. 풋풋한 고등학교 시절은 그나마 좋았는데, 그 뒤로 남자는 너무 철딱서니 없고 여자는 너무 현실적으로 변해버린다. 캐릭터에 일관성이 없다보니 순간의 감정들로 연애의 온도를 채우려든다. 그러다보니 말랑한 로코로 홍보하는 것에 비해 보고 나면 오히려 연애할 마음이 사라지는 이상한 영화다. 그냥 첫사랑에 대한 감정과 연애의 희노애락을 가볍게 스케치했다고나 할까? 예쁘고 가볍다보니 휘발성도 강하다.
근데 영화 자체는 그냥 저냥 무난하게 지루하지 않게 볼만 하긴 하다. 어디서 본 듯한 장면이고 어디서 들은 이야기라 그런지, 부담스럽지 않게 익숙한 재미는 있다. 좀 촌스럽고 유치해도, 또 그런 요소들이 주는 특유의 편안함을 무시하긴 힘들다. 게다가 아무 기대감 없이 시사회를 통해 무료로 봐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로맨스 영화 좋아하시는 사람들이나 말랑하고 가벼운 영화 보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적절한 선택이 될 수도 있을 것처럼 보인다. 영화의 확실한 타겟층인 10대들이나 20대 초반 관객들에게는 나름의 지지를 받을 거 같긴 한데, 빽빽한 여름 성수기 라인업에 과연 얼마나 치고 들어올 수 있을지 결과가 궁금하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