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첫 이용 후기

이제서야, Netflix and chill!

by 조조할인

넷플릭스가 한국에 런칭한지도 벌써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이제껏 사용해본 적은 없었다. 일 년에 극장에서만 수백 편의 영화를 볼 정도로 영화를 좋아하지만, 집에서 TV나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는 건 그리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원래 TV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를 거의 안 보는 편이기도 하고. 하지만 우연찮게도 지인이 자신의 넷플릭스 계정을 빌려준 덕분에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만나게 된 내 인생을 조지러 온 나의 구원자, 넷플릭스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보고자 한다.

극장에서는 볼 수 없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들. 차례로 '브라이트', '클로버필드 패러독스' ,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볼 게 없다'라는 넷플릭스 이용자들의 불만을 익히 들어왔어서 좀 걱정스러웠으나, 찾아보면 볼 건 많다. 가장 큰 문제점이자 불만이 바로 이거다. 찾아봐야 하고 찾아도 잘 안 나온다. 빅브라더 못지않은 넷플릭스 알고리즘의 무서움은 잘 알고 있었다만, 생각보다 더 귀찮다. 우선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처음 가입하면 대충 훑어보면 '이게 전부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넷플릭스는 눈 앞에 보이는 리스트에 보유 콘텐츠들을 모두 보여주지 않는다. 내 입맛에 맞는 작품들을 추천한다는 핑계로 꼭꼭 숨겨두기 때문에, 가입 후 이전에 본 작품들의 평가를(엄지 척과 엄지 Down 두 가지로 평가할 수 있다) 미리 해두는 편이 편하다. 확실히 안 좋은 평가를 해둔 작품들은 눈에 잘 안 띄긴 한다.


국내에서는 포스터 속 영어 원제와는 다른 제목으로 소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들. 차례로 '고스트 워' , '사탄의 베이비시터'

그리고 왜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국내 개봉작들이 넷플릭스에서는 뜬금포 제목으로 업로드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다른 OTT 회사에서 국내 넷플릭스에 스파이를 심어둔 게 의심될 정도로 괴랄한 제목으로 공개되는데, 이 때문에 검색에서도 꽤 불편을 겪게 만든다.(저작권 때문?) 그래서 외화 같은 경우는 차라리 영어 원제로 검색하는 게 훨씬 편리하다. 그리고 별로인 타이틀 선정 센스 못지않게 콘텐츠 소개글이나 드라마, 다큐멘터리의 부제들도 어색하기 짝이 없다. 대부분 번역투로 올라와 있는 걸 보면, 담당자는 한국어보다 영어가 편한 분이 아닐까 하고 합리적 의심을 해본다.(물론 뇌피셜임ㅎ) 어쩐지 넷플릭스는 죄다 영어 유창한 경력직들만 뽑더라니


해외 개봉작이나 국내에서는 넷플릭스를 통해서 볼 수 있는 작품들. 차례로 '배드 맘스', '서던 리치 : 소멸의 땅', '고질라 : 괴수행성'


그리고 최신 영화나 드라마 같은 콘텐츠가 많이 부족하다. 국내 VOD 시장 보호를 위해 홀드백 기간이 길다고는 하나, 이 점은 꽤 아쉽다. 같은 이유 때문에 시리즈 영화들이 중간중간 한두 편씩 빼먹고 듬성듬성 올라온 것도 단점. 개인적으로는 최신 영화보다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나 고전, 철 지난 작품을 주로 보는 편이라 크게 상관은 없지만, 신규 이용자들에게는 단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 넷플릭스가 제공되는 국가마다 미국 콘텐츠에 비해 각국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부족한 건 공통적인 문제점이긴 하지만, 한국 영화나 드라마들의 편수가 미국 콘텐츠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조만간 공개될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킹덤'이나 '좋아하면 울리는', '첫사랑은 처음이어서'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진다. 편당 러닝타임이 길지 않고 가볍게 즐길만한 웹드라마 스타일의 작품들도 괜찮을 듯. 선웃음 후감동, 기득권 부수기, 88만 원 세대 등 천편일률적인 한국 극장가에 경종을 울릴만한 장르 영화들을 넷플릭스에서 만들어 줬으면 하는 것도 본인의 바람이다.


믿고 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들. 차례로 '퍼니셔', '기묘한 이야기', '하우스 오브 카드'

그리고 개인적으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와 스탠딩 코미디를 애용하는데, 자막들에서 아쉬운 부분이 종종 눈에 띈다. 해당 콘텐츠에 대한 자막 제작자의 이해가 부족한 부분들이 많다. 문화적인 배경을 고려하지 않은 직역이나 생략 때문에 재미를 반감시킨다. 특히 스탠딩 코미디 같은 경우는 고유 명사의 표기만 봐도 자막 제작자의 이해 정도를 알 수 있을 정도다. 아는 만큼 드립도 제대로 살릴 수 있으니, 자막 제작자에 따라 콘텐츠의 재미도 오락가락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특히 스탠딩 코미디 부문에서는 이런 점들이 도드라진다. 미국 스탠딩 코미디를 국내에서 편하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지만, 자막의 완성도가 들쭉날쭉한다는 점은 꽤 아쉽다. 어차피 다 하청이긴 할 테지만


미쿸 배꼽도둑러들의 쇼쇼쇼. 차례로 '데프 코미디 잼 25주년 : 이것이 입담이다', '에디 머피 : 약 맞은 것처럼', '케빈 하트 : 왓 나우?'

또 다른 단점으로는 새로 추가되거나 삭제되는 작품들을 쉽게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보려고 찜해뒀건만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작품들도 있고, 생각지 못한 작품들이 뜬금없이 추가되는 경우도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야 유튜브 광고고 넷플릭스 SNS 계정에 워낙에 홍보를 해대니 모르는 것이 더 힘들지만, 그 밖의 작품들의 정보를 아는 건 무척 힘들다. 덕분에 트위터도 안 하는데 넷플릭스 작품 등록 정보만 올리는 페이지를 따로 구독하고 있을 정도다. 찜해둔 작품이 서비스 종료가 되면 알림으로 알려주는 정도만 되어도 좋을 텐데, 굳이 찾아서 보지 않으면 알기 힘들다. 기계처럼(?) 업로드를 하던 국내 넷플릭스 SNS 계정들이 최근 젊은 느낌과 센스를 장착해 재탄생하면서 꽤 볼만해졌던데, 신작이나 서비스 중지 소식들도 알차게 알려주면 좋을 것 같다.


기상천외한 미국의 사건 사고 다큐들. 차례로 '그는 야구장에 갔다', '이블 지니어스 : 누가 피자맨을 죽였나?'

어째 죄다 까기만 한 것 같지만 사실 누구보다 넷플릭스를 애정한다. 영화를 사랑하는 한 명으로서, 불법 다운로드나 스트리밍이 성행하는 것보단 OTT 시장의 성장이 훨씬 반갑다. 사실 외국에 비하면 국내에서의 넷플릭스의 영향력은 약한 편인데, 타국에 비해 훨씬 깐깐한 국내 영상물 등급 위원회의 등급 분류 체계 때문에 콘텐츠의 배급이 수월하진 못한 이유도 크다. (국내 등급 분류 방식은 나쁘다기보단 다소 비효율적이다) 앞으로 쏟아질 콘텐츠의 수급을 위해 국내 영등위도 등급 분류 방식을 바꾸려고 하고, 넷플릭스도 이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걸로 알고 있다. 콘텐츠의 수급이 좀 더 수월해진다면 좀 더 볼거리가 풍성해질텐데,(넷플릭스를 통해 '그것이 알고 싶다'나 '역사스페셜'을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이를 통해 넷플릭스 뿐만 아니라 국내 부가판권 시장도 좀 더 탄탄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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