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 후기

터는 잘 잡아놓고 활용을 못한 경우

by 조조할인

이른 바 '클래식 대전'이다. 영화 '클래식'(2003)으로 충무로에 얼굴 도장을 찍었던 청춘 스타 3인방이 각자의 주연작을 들고 동시기에 돌아왔다. '조인성'은 200억을 들인 '안시성'으로, '손예진'은 10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협상'으로, 그리고 '조승우'는 120억원의 '명당'을 통해 관객들을 만난다. 15년 동안 충무로를 지탱해 온 세 배우들의 행보에 감사하지만,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없는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치열한 추석 극장가의 승자가 누가 될지는 아직까지는 모르겠지만, 결과부터 말하자면 '명당'은 추석 한국영화 BIG3(안시성, 협상, 명당) 중에서는 제일 아쉬웠다. 소재의 선택은 참 좋았건만, 초반의 활기를 살리지 못하고 중후반부에 늘어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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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당'은 '관상', '궁합'에 이어 역학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우리의 삶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역학과 한국인이 좋아하는 사극이라는 장르의 조합은 자연스레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다. '궁합'은 안봐서 잘 모르겠지만, '명당'은 '관상'과 많이 닮았다. 보다보면 자연스레 '관상'과 매치될만큼 주조연배우들의 역할도 비슷하다. 게다가 '관상'처럼 '명당'도 소재보다는 정치 싸움에 더 관심이 많아보이는데, 이 활용도가 그리 좋지 못하다. 땅을 두고 펼쳐지는 어설픈 기싸움이 연이어 계속된다. 하지만 이 싸움이 팽팽하기보다는 흔히 접해 온 뻔한 내용으로 흘러가면서 지루해지고 만다. 그래서 오히려 초반부가 기억에 많이 남았다. 쉽게 알 수 없는 풍수지리를 마치 마케팅 이론처럼 설명해주는 '박재상'(조승우 역)의 모습이 재밌었다. 하지만 '흥선'(지성 역)이 등장하면서 박재상의 비중과 역할은 완전히 줄어들면서 존재감마저 사라지고 만다. 실제로도 파란만장했던 흥선의 인생에 비하면, 박재상이라는 캐릭터는 너무 밋밋했던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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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곤 감독님의 전작인 '퍼펙트 게임'이나 '인사동 스캔들'도 소재는 참 괜찮은데 뭔가 좀 과하거나 뭔가 좀 부족했던 아쉬움이 있었다. '명당'도 그렇다. '관상'처럼 아예 전후반이 따로 노는 분위기는 아니긴 했지만, 영화를 전체적으로 끌고가기에는 '땅'이라는 소재는 그리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땅을 두고 벌어지는 정치 싸움도 그리 흥미롭지 못하다. '명당'이라는 소재와 '흥선대원군'이라는 익숙한 인물을 섞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여기에 또 정치 싸움이 메인 디시로 끼어들면서 본래의 매력까지 잃고 만다. 그래서 '명당'은 이번 추석 한국영화 BIG 3 중에서 가장 심심한 영화가 되고 말았다. '안시성'이 박력이라면 '협상'은 탄력, '명당'은 무기력이다. 하지만 소재가 소재인지라 부모님과 보기에는 그냥저냥 무난한 영화 정도는 될 것 같다. 얼마나 많은 관객의 선택을 받을지 성적표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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