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면서도 밍밍한 것이 다이어트 콜라처럼 허전하다
개봉 직전까지 철저하게 지켜진 엠바고, 등급 하향을 위해 30분 정도되는 분량 삭제, 기타 영화를 둘러 싼 여러 잡음은 기대치를 낮추기에 충분했다. 청소년 관람불가인 R등급임에도 전세계적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킨 '데드풀'과 '로건'의 사례만으로는 불충분했던걸까? 누구보다 R등급에 최적화된 '베놈'이라는 캐릭터를 가지고도 PG - 13 등급을 위해 이리저리 몸을 사린 건 여러모로 아쉽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이처럼 기대치가 바닥이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재밌게 봤다는 것이다. 적어도 '캣우먼'이나 '그랜랜턴', '판타스틱 4'(2015) 수준의 망작은 아니다. 하지만 등급을 위해 잘려버린 장면들은 영화의 특색마저도 덩달아 덜어내고 만다. 화끈함을 앞에 두고도 주춤거리는 '베놈'의 망설임은, 맛은 있는데 뭔가 빠진 것 같은 다이어트 콜라처럼 허전함을 안겨준다.
마치 앙꼬 없는 찐빵처럼 스파이더맨 없는 스파이더맨 유니버스의 첫 포문을 여는 '베놈'은, 빌런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MCU로 파견 근무 나간 스파이더맨 대신 빌런들을 주인공으로 줄줄이 영화화를 앞두고 있는 소니인데, 이대로 진행되면 '시니스터 식스'도 옆동네의 '수어사이드 스쿼드' 꼴이 날 것이 뻔해 보인다. 그만큼 '베놈'의 선택은 아쉽다. 생각보다 볼만한 오락 영화이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MCU를 생각하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이다. 늘 평타는 치는 MCU 때문에 눈이 높아질대로 높아진 상황에서, '베놈'은 다소 안일하고 철지난 선택을 하고야 만다.
'베놈'은 원래 이런 각본이었는지 아니면 등급 때문에 죄다 편집되어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뭔가 여러가지로 애매하다. 빌런이라기엔 착하고, 착하다기엔 잔인하고, 잔인하다기엔 싱겁고, 마냥 싱겁다기엔 또 볼만하다. 주인공인 '에디 블록'(톰하디 역)와 그의 몸에 기생하는 '베놈'의 투닥거림은 마치 버디 영화같은 재미를 주긴 한다. 하지만 이들을 둘러싼 음모와 갈등은 너무 싱겁고, 에디와 베놈이 만나기 이전까지의 전개는 다소 지루하고 진부하다. 무엇보다 갑자기 마음을 고쳐먹는 '베놈'의 선택과 뜻 밖의 고백, 그리고 뚝뚝 끊기는 전개는 분명 중간에 잘려나간 장면들이 있음을 생각할 수 밖에 없을만큼 갑작스럽다.
하지만 그럼에도 '베놈'의 박력 넘치고 망설임 없는 액션은 나름의 쾌감을 안겨주며 오락영화로서의 본분을 한다. 특히 에디와 베놈이 만난 이후 액션이 쏟아져 나오는데, 호흡을 맞춰가며 점점 강해지는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액션이 의외로 괜찮았기에 등급에 대한 아쉬움이 더 강하게 든다. R등급으로 진짜 화끈하게 갔으면 더 좋았을텐데, 절정을 두고 끊기는 편집이 아쉽다. 흥행을 위해 이런 선택을 했다고는 하는데, 이 선택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흥행 성적을 지켜봐야 알 일이다. 크레딧 이후 이어진 하나의 쿠키영상은 속편을 암시하는데, 속편에서는 좀 더 화끈한 재미를 선보이길 바래본다.
P.S. - IMDb의 표기와는 달리 화면비 전환이 없었던 IMAX보다, 베놈의 화끈한 액션에 재미를 배가 시켜준 4DX를 Vㅔ리 추천한다. (두 포맷 모두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