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갈대의 계곡
"이렇게 갈대숲을 지나는 것도 얼마만이야."
"때마침 갈대들이 밤하늘 풍경을 보라고 비켜주고 있네."
"이참에 이런 걸 '갈대의 계곡'이라 부르는 게 어때?"
"여기에 물 같은 건 흐르지 않잖아."
"고지식하게 그러지 말고... 이 갈대들 사이로 빛이, 밤하늘이 흐르는 것 같잖아."
"밤하늘이 흐른다라..."
"눈을 감고 이 갈대들을 손 끝으로 스치면서 느껴봐. '흐른다'라는 건 꼭 물만 흐른다는 게 아니야."
그래요. 물만 흐르는 게 아니죠. 의식의 흐름이라는 것도 있죠. 마치 이 글을 쓸 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