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군 - 후포항

나를 찾아 떠나는 바닷가 골목 여행

by 원윤경

후포리 벽화마을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집집마다 그려진 벽화가 눈길을 붙잡는다. 예쁘고도 아기자기한 그림들 덕분에 발걸음이 절로 느려지고, 어느새 나는 그림 속으로 스며드는 듯한 기분이 든다.


마치 동화 속 마을을 산책하는 것 같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노란 병아리 같은 아이들의 골목에도 그림들이 함께 한다.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벽화가 어우러지니, 골목은 더없이 따뜻하다.


새벽바다로 나갔다가 돌아오는 아버지가 이 길을 걸을 때는 또 다르다. 담장에 그려진 옛날 놀이들이 눈에 들어오면, 아버지의 마음속에 어린 시절 친구들이 불쑥 떠오를 것이다.


지금은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오래전 친구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그림 속에 배어 있는 듯하다.

저녁 반찬거리를 사러 마트에 갔다가 돌아오는 엄마의 눈에는 또 다른 풍경이 들어온다. 담벼락에 핀 꽃들, 알록달록 그려진 계절의 색감들. 잠시 멈춰 서서 그것들을 바라보다가, 엄마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나도 저렇게 예쁠 때가 있었지.’ 그렇게 미소를 지으며 골목을 지나간다.


누구에게나 다른 풍경을 보여주고, 각자의 마음에 다른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후포리 벽화 골목. 그래서 더없이 정겹고 따뜻하다. 이 길은 단순한 길이 아니라, 삶이 함께 스며 있는 길이다.

그래서 정이 가나보다. 삶이 녹아있는 곳은 어디나 정이 간다.


오랫동안 같은 자리에 있어 주인장과 손님들이 얼굴을 익히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곳. 화려하지는 않지만, 생활의 온기가 배어 있는 동네 구멍가게.

가격 흥정 속에 웃음이 오가고, 단골손님을 기억해 주는 상인들의 인심이 살아 있는 시장 골목.

담벼락 너머 꽃을 가꾸는 손길, 문 앞에 내놓은 신발, 동네 아이들의 웃음소리 같은 일상의 흔적이 있는 동네 골목.

주인의 취향과 손님들의 손때가 묻은 책들이 모여 있어, 단순히 책만 있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시간과 관심이 쌓여 있는 도서관.

누군가 손수 만들어 붙인 안내문, 오래된 의자, 기다림 속에 담긴 사람들의 사연이 묻어나는 버스 정류장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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