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땡땡 거리 - 연남 사거리

나를 찾아 떠나는 도시 골목 여행

by 원윤경

동교동 김대중 대통령 생가.

연남 사거리에서 홍대입구역까지 이어지는 연남동 구간 경의선 숲길을 지나 홍대 앞 와우교부터 서강대역까지의 와우교 구간 경의선 숲길을 걸었다.

작은 간이역.
경의 중앙선 홍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서강대역 쪽으로 조금 걷다 보면 작은 철길과 역사와 가로등과 의자의 모형이 있는 간이역이 나온다.

간이역.
기차가 떠나면 누군가는 손을 흔들던 자리.
기차가 도착하면 누군가를 기다리던 자리.
만남과 헤어짐이 교차하던 자리. 언제 보아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자리다.

안 추움. 안에 개 따듯.
안 추워요. 안에 많이 따뜻해요.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말이나 따뜻하다는 글자를 듣기나 보기만 해도 몸의 온도가 1도는 올라가는 것 같다.

참새 방앗간.
탕, 찌개, 모둠전, 닭도리, 해물파전, 주류 일절.

술꾼은 참새요. 술집은 방앗간이라.
참새가 어찌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리오.

마을로 들어오는 철길 입구에 참새 방앗간 집이 떡하니 자리를 잡고 퇴근하는 남정네의 주머니를 부르고 있다.


기차 지나가요. 잠시 기다려 주세요.

오른손으로는 머리에 짐을 이고 왼손으로는 아이를 등에 업고 치맛자락은 아들이 작은 손으로 꼭 잡고 있다.

어머니는 어디를 가시는 길인가.
머리에 올려놓은 짐은 무엇일까.

아이들 아빠는 철길 건너편에 있는 양조장이나 두부공장에 일하러 가셨을까. 어머니는 아빠의 점심을 준비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오늘도 가족을 위해 땀 흘리시는 아빠에게 기쁜 마음으로 가시는지도 모르겠다.

넌 안 해도 예뻐 근데, 하면. 더 예뻐.
기분 좋은 말이다.


그런데. 지금도 예쁜데 더 예뻐지면 안 되니까.
안 사준다는 녀석이 나타나면 기분이 어떨까?
잠시 웃음이 났다.

연남동 제비. 제비가 보면 울고 가겠다.
제비 허락도 없이 제비를 사용하다니.

왜 제비라 했을까.
이 집에서 식사를 하면 밥이 살로 가지 않고 제비처럼 날씬해진다는 메타포일까.

제비에 관한 이야기는 나라마다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가 비슷하다. 누군가 다친 제비를 돌봐준 후 그 보답으로 황금 씨앗을 가져다주어 가족이 부유해진다는 이야기도 있다.

농부가 제비의 날아오는 것을 보고 계절과 날씨를 예측해 농사를 짓는다는 이야기도 있고, 연인의 중매를 서거나 이별한 연인에게 메시지를 전달해 준다는 이야기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만 통하는 강남 제비 이야기도 있긴 하지만, 혹시 사장님이 강남 제비였다가 연남동 제비로 옮기신 건 아니겠지. 강남 제비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네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다 갖다 놨어.
어느 기념품 가게 앞 광고 문구가 눈에 띄었다.

이 문구를 보는 순간. 조금 오래전 내가 수업을 마치고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마포에 있는 모 방송국 다니는 여학생이 다가와 선물했던 음악 테이프가 생각났다.

무엇을 보고 무엇이 생각나는 것을 '마들렌 효과'라고 하는데, 마르셀 프루스트가 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보면 어머니가 주신 마들렌이라는 과자 부스러기가 섞여 있는 한 모금의 홍차를 입술에 적시는 순간 어린 시절이 떠오르는 것으로 소설이 시작되는데 그것을 '마들렌 효과'라고 한다.

마들렌 효과는 노랫가락이나 향기 나 그 어떤 것을 통해 잊혔던 옛 기억이 갑자기 되살아나는 경우를 말한다.

선생님이 무슨 노래를 좋아하시는지 몰라서 종류별로 다 하나씩 녹음해 왔는데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네요.

팝송, 재즈, 국악, 영화음악, 발라드, 락, 헤비메탈 장르의 음악을 테이프 하나에 한 장르씩 가득 녹음해서 선물로 준 학생이 기억났다.

'네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다 갖다 놨어.'
'무슨 노래를 좋아하시는지 몰라서 종류별로 다 하나씩 녹음했어요.' 한 줄의 광고가 잠시 30년 전으로 내 시간을 돌렸다.


홍대역 연남동 쪽으로 나가는 지하철 입구 벽에 붙어있는 광고 문구다. '꿈처럼 달콤한 사랑을 내게 약속해 줘.'

문구가 달달하다.
여기를 지나면서 저 문구를 보는 모든 이들의 사랑이 오랫동안 달달한 사랑이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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