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 장군.
아이가 행복해한다.
왜일까?
대작을 보았다. 가진 것도 하나 없고 힘도 없는 13살 어린아이가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을 지혜롭게 풀어나갔다.
보부상은 누구나 자기 일을 기억해 둔다. 나는 보부상이던 아버지를 따라다니던 13살의 나를 어제 일처럼 기억한다.
아버지는 수원에서 노스님이 전해 준 서찰을 가지고 전라도까지 가야 한다고 하셨다. 이 서찰은 아주 중요한 서찰이라, 한 사람을 구하고, 세상을 구할 것이다. 그 사실만 남기고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전라도 어디, 누구에게 전해 줘야 하는지 모른다. 서찰은 누가 죽고 사는 문제라 했다. 그 말은 서찰을 직접 받을 사람 외엔 내용을 알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서찰에는 한자 열 개가 적혀 있었고 아이는 한자를 모른다. 가진 것은 엽전 11개뿐. 아이는 아버지 대신 서찰을 가지고 전라도에 가기로 한다.
어딘지 모르지만. 서찰 내용을 알면 누구에게 전해 주어야 하는지 알 게 될 것이라 생각하고 한자를 알만한 사람에게 물어보기로 한다.
그렇다고 서찰 내용 전부를 보여주고 가르쳐 달라고 하면 위험할 수 있으니까 두 글자씩 보여주고 글자 내용을 알아내기로 한다.
먼저 한자 두 글자를 그림으로 외워서 어느 주막에서 책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물어본다. 저 한자를 아시나요? 한자를 아시면 제가 보여 드리는 두 글자를 좀 가르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래. 나는 한자를 알고 너는 한자를 모르는데 내가 한자를 가르쳐 주면 너는 나에게 무엇을 주겠느냐?
아저씨가 한자를 안다고 제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내가 한자를 모르니까 아무 말이나 해도 난 모르잖아요.
나는 서책을 파는 사람이다. 한자도 모르고 서책을 팔겠느냐? 두 글자를 가르쳐 줄 테니 한 글자에 한 냥. 두 글자면 두 냥을 다오. 아이가 땅에 한자를 그린다. 嗚呼 오호다. 오호? 그래 슬프구나.라는 뜻이야.
아이는 이번엔 양반을 만났는데 세 글자씩 물어보기로 한다. 저 한자를 아시나요? 한자를 아시면 제가 보여 드리는 세 글자를 좀 가르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는 양반이다. 천자문. 사서삼경을 다 배웠고 과거 시험도 봤다. 내가 한자를 모르겠느냐? 대가를 치르고 배워야 잊어먹지 않는 법. 너는 나에게 무엇을 주겠느냐?
나는 보부상의 자식. 세 글자에 두 냥으로 해야겠어. 세 글자 가르쳐 주면 두 냥 드릴게요. 좋다. 아주 좋아. 아이가 땅에 한자를 그린다. 避老里 피노리. 피노리? 피노리 마을 이름 같구나.
다음에는 천주학 어른에게서 한자를 알아낸다.
내가 그냥 가르쳐 주마. 무슨 한자 세 개 가르쳐 주는데 돈을 받는단 말이냐. 아닙니다. 대가를 치르고 배워야 잊어먹지 않는 법입니다. 아이가 땅에 한자를 그린다. 敬天賣 경천매. 경천매? 경천이 판다. 경천이 뭘 팔아?
이제 남은 두 글자만 알아내면 무엇을 파는지 알 수 있겠어. 아이는 천주학 어른 앞에서 기뻐한다.
아이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천주학 어른은 아이에게 행복해 보인다고 했다. 누구든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 행복하단다.
마지막으로 양반 자제를 만난다. 돈이 다 떨어진 아이. 대신 노래를 불러준다. 심심해하던 양반 자제는 아이의 노랫소리에 즐거워하며 한자를 가르쳐 준다. 錄豆 녹두. 녹두? 녹두를 팔아?
嗚呼 避老里 敬天賣 錄豆
오호 피노리 경천매 녹두.
슬프구나 피노리에서 경천이 녹두를 판다?
이 서찰 내용은 이랬다. 슬프구나 피노리에서 경천이라는 사람이 녹두 장군을 팔 것이니 조심하라는 서찰이었다.
아이는 서찰을 어렵게 어렵게 녹두 장군에게 전해 주지만, 녹두 장군은 자신의 부하를 못 믿으면 누가 나를 믿겠느냐면서 피노리로 간다.
동학 혁명.
조선 말기 권력층의 부패 심각. 탐관오리의 수탈, 부당한 세금, 백성들의 피폐한 생활. 가뭄·흉년, 토지 편중, 고리대금 피해.
조병갑-고부군수. 동학농민운동의 직접적 도화선. 무명잡세 부과, 만석보 축조를 빌미로 백성에게 부당한 비용 징수.
백낙안-태인현감. 부당한 세금 징수, 농민 착취로 악명. 태인 지역 동학 농민군 봉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
이용태-전라감사. 조병갑 등 하위 관리들과 결탁해 부정 축재. 농민들의 탄원에도 처벌하지 않고 비호해 민심 악화.
정부가 청나라에 원병 요청하자, 일본도 출병. 조선에 대한 일본 간섭 시작. 일본의 내정 간섭과 강탈에 맞서 다시 봉기. 관군, 일본군 연합세력에 동학혁명 패배. 전봉준 등 지도자 체포, 처형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