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대여 도서관>을 읽는 중에 주인공 클로이가 도서관 지하 창고에서 구한 <북회귀선> 책 이야기가 나오기에 궁금해서 대학로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무삭제 완역판을 3,500원에 구입해 같이 읽었다.
<마음 대여 도서관> 책은 다 보았는데 <북회귀선>은 아직도 몇 페이지가 남아있다. 진도가 잘 안 나가는 책이다. 이 책은 출간 당시. 파격적이고 적나라하고 원색적이어서 미국, 영국에선 출판이 금지된 책이라 했다.
이 책은 <단순한 열정>과 <터키 과자>와 비교하면 코끼리 앞에 강아지 느낌이 든다. 전혀 원색적이지 않은 이야기로 금지가 되었다니. 소설도 아니고 수필도 아니고 포르노도 아닌. 읽기에 쉽지 않은 책임에 틀림없다.
나는 신문사 기자다. 돈이 없다. 재력도 없다. 희망도 없다. 나는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다. 미국에서 파리로 왔다. 아내는 미국에서 돈을 몇 번 보내주었다. 내가 계속 파리에 머물자 아내는 이혼을 통보했다.
완전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알고 있나?
그녀 옆에 앉아 음악을 듣는 일이야.
나는 그냥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
나의 모든 고투와 상심의 대가를 얻고 있는 거야.
잘 익은 붉은 양배추 같은 유방. 그녀가 몸을 앞으로 구부리면, 그 유방이 스르륵 물결쳤다.
이미 먹고 온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실은 아이가 손에 들고 있는 닭고기를 잡아채고 싶을 정도였다.
그녀가 짬이 나는 대로 마시는 여러 가지 술들이 뒤섞인 듯한 냄새. 이는 모두 그녀의 몸을 따스하게 하는 동시에 기력과 용기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었지만, 그 화기가 그녀의 육체를 통하여, 그녀의 다리 가랑이 사이에서 불타오르게 했다.
그녀가 양다리를 벌리고 드러누워 신음 소리를 낼 때, 그녀는 얼빠진 듯한 표정으로 천장을 응시하거나 벽에 붙어 있는 빈대를 세지는 않았다.
그녀는 남자가 여자 위에 올라탔을 때, 남자가 듣고 싶어 하는 그러한 이야기를 하였다. 그런데 크로드의 경우는, 남자와 함께 이불 속에 들어갔을 때에도, 언제나 일종의 델리커시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 델리커시 때문에 나는 화가 났다.
델리커시가 있는 창녀 따위를 누가 원하겠는가. 크로드는 세척기 위에 올라탈 때, 저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어 달라고 남자에게 부탁하곤 한다.
틀린 짓이다! 남자가 욕정에 불타고 있을 때에는, 무엇이든 보고 싶은 것이다. 여자들이 소변을 보는 것조차 보고 싶은 것이다.
인간은 가난하고 실의에 빠져 있으면, 고독해지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예술가는 언제나 고독하다. 만일 그가 진짜 예술가라면 그가 원하는 것이야말로 고독인 것이다.
에머슨이 말했다. <인생이란, 사람이 종일 생각하고 있는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종일 먹을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밤에도 음식에 관한 꿈을 꾸는데 나의 인생은 무엇인가?
커피 한 잔과 초승달 모양의 빵 값은 마련되었다. 내 마음은 이상하게 민감하다. 마치 두개골 속에 수많은 거울이 설치되어 있는 것 같다. 신경이 너무 긴장되어 짜릿짜릿하다.
음악은 백만 개의 분수 위에서 춤추고 있는 유리알과도 같다. 나는 이토록 허기진 상태로 음악회에 와본 적이 없다. 마치 나는 몸에 실 한 오라기도 걸치지 않은 채로 있고, 털구멍 하나하나가 창문이 되어, 그 창문들이 모두 열어젖혀져서 햇빛이 뱃속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옆자리의 사나이는 깊이 잠들어 있다. 아랫배가 나온 모양이나 뾰족한 콧수염으로 보아, 이 사나이는 중개인인 모양이다. 이러한 모양의 사나이를 나는 좋아한다.
특히 그 커다란 아랫배와 이 배가 나오도록 하려고 처넣어진 모든 것을 좋아한다. 왜 이 사나이는 이렇게 잠을 잘 잘까? 음악을 듣고 싶으면, 이 사나이는 언제든 입장권 요금쯤은 마련할 수 있는 모양이다.
내가 보기에는, 좋은 옷차림을 한 사람들일수록 잠을 잘 자고 있는 듯하다. 부자는 태평스러운 양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은 겨우 2, 3초만 꾸벅꾸벅 졸아도 몹시 후회한다. 작곡자에게 죄를 지은 듯한 망상에 사로잡힌다.
그는 '미안'이라고 하지 않았다.
그의 국어사전에는 이 말이 없는 모양이다.
그는 유순한 암토끼 같은 눈을 하고 조용히 이야기했다.
신문사를 그만두고. 유대인의 원고를 신문에 써주고. 광고 글을 써주고. 논문을 대신 써주었다. 나중에는 밥 값을 구하기 위해 외설 사진작가의 누드모델까지 하였다.
미술관은 나에게는 이미 낯익은 곳이지만, 그의 능숙한 화술 때문에 아주 새로운 곳으로 느껴졌다. 그는 화가였고, 조각가였다. 화가로서의 그는 제로였다. 조각가로서는 제로 이하였다.
나는 귀찮은 존재가 되어 가고 있었다. 노골적으로 비난한 일은 결코 없었지만, 그 태도로 보아 내가 귀찮은 존재가 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나는 온몸을 귀 삼아 그의 말을 들었다. 거리는 밝고 명량하며 공기에서는 강한 바다 냄새가 풍기고 있고 도처에 돛과 선체가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작으면서도 화사한 배의 깃발, 사방으로 트인 광장, 시골에서만 볼 수 있는 카페. 나는 이 고장이 마음에 든다.
기둥이 연기에 그을리고 음식을 올려놓을 때 식탁에서는 삐꺽 소리가 났다. 그들은 서로 어깨를 끌어안고 술잔을 높이 들면서 들뜬 마음으로 수다를 떨었다. 마치 입고 있는 옷을 모두 벗어던지고 춤이라도 출 기분이 되어 있다.
나는 화장실에 가서 지니고 있는 돈을 세어 보았다. 1백 프랑짜리 지폐는 바지의 속주머니에 감추고, 50프랑 지폐 한 장과 잔돈은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확실하게 결판을 낼 작정으로 다시 그녀한테로 돌아왔다.
이야기는 쉽게 이루어졌다. 왜냐하면 여자가 먼저 그 이야기를 꺼냈기 때문이다. 그녀는 돈에 쪼들리고 있었다. 아기를 잃었을 뿐 아니라 어머니를 부양해야 했다. 더구나 그 어머니는 중병에 걸려 병원비, 약값, 그밖에 여러 가지 일에 돈이 필요하다고 했다. 물론 나는 그녀의 말을 하나도 믿지 않았다.
나는 오늘 밤에 묵을 호텔을 구해야 해. 그러니 함께 가서 같이 자지 않겠어? 하고 마음을 떠보았다. 그렇게 하는 것이 돈이 적게 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어떻게 하면 밥을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어떻게 하면 여자와 잘 수 있을까 하는 두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이 흑인 여자는 할렘의 여왕이다. 이 여자를 보기만 해도 흥분이 된다. 그녀의 눈동자는 정액 속에서 헤엄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이미 똑바로 걸을 수도 없는 것 같았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그녀를 따라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서, 나는 여자의 다리 사이로 손을 들이밀고 싶은 유혹에 저항할 수 없었다.
이런 일을 하면서 계단을 올라가자, 그녀는 즐거운 것처럼 미소를 띠고 돌아보며 간지럽다는 듯이 엉덩이를 비틀어 보였다. 즐거운 하룻밤이었다.
그녀는 화제를 바꾸어, 동성애인 여자와의 사건을 유유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주 재미있었어요. 어느 날 밤 그 여자가 나를 길에서 주웠어요. 나는 그 무럽 페디시에서 매일같이 술에 취해 있었죠.
그 여자는 나를 이 집 저 집 끌고 다니면서 테이블 밑으로 나를 애무하는 것이었어요. 드디어 나도 참을 수 없게 되고 말았어요. 그러자 이 여자는 나를 자기 아파트로 데려가, 2백 프랑을 주면서 나를 빨아 주겠다는 거예요.
나는 그렇게 하라고 했죠. 그리고 여자는 나더러 동거를 하자고 했지만, 나는 매일밤 그런 일을 당하기가 싫었어요. 그 짓은 더욱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거든요. 또 나도 사실은 예전처럼은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역시 남자와 자는 것이 좋아요. 몹시 홍분하면 자신을 억제할 수 없게 되거든요. 하지만 그렇게 하면 출혈을 해요. 출혈은 건강에 안 좋아요. 나는 빈혈 증세가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