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길은 조심조심 걸어야 했다. 드문드문 꽂혀 비추는 가로등 불빛을 피해, 홈과 턱이 지켜보고 있어서 말이다. 그렇게 넘어지기라도 하면, 무릎을 까끌까끌한 시멘트에 대고 앉아 생채기 위로 뜨거운 액체가 흐르는 느낌만 가만히 세어야 했다. 그렇게 앉아서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흩뿌려진 설탕 조각 같은 별들을 지켜보고 하늘이 수차례 스치는 것을 볼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심장이 피부를 두드리는 감촉이 잦아들때까지. 밤이 더 깊게 무르익을 때까지. 일주일, 일년처럼 느껴지는 10분을 기다리다 다시 저벅저벅 걷는데, 걸음은 경사진 언덕을 기어올라, 계단을 넘어올라,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집은 희망이 피어오르는 굴뚝이다. 그날 밤도 구름들을 지펴올리고 있었다. 나도 구름 하나를 지펴 보았다. 그 희뿌연 연기로 이뤄진 얼굴이 밤의 어둠 위로 보였다가 가려졌다 하였다. 멀리 떠나보낸 그 구름이 다시 반대 바람을 타고 돌아오는 날까진 또 한 걸음의 기다림이 자리하고 있었다.
가을 밤공기는 선선하게 찬 모습이 여름 개울의 감촉을 닮게 흘렀다. 이불은 차갑게 달궈지고 눈꺼풀은 잎사귀처럼 볼을 나긋이 스치더니 잠이 피어났다.
그날 밤도 내가 지핀 구름이 돌아오는 꿈을 꾸었다. 바다를 건너고, 개울들을 뛰어넘어. 그 구름이 비로 내렸다. 여우비가 왔다. 햇살이 투명하게 빗물을 뚫는데. 그 사이에 내가 있었다. 비 오는 소리가 사글사글 들려왔따. 햇살을 지나, 비를 지나, 하늘 맨 꼭대기로 미소를 올렸다.
깨고난 아침은 새벽녘, 회색 하늘이 꿈꾸는 표정을 지으며 일어났다. 하늘은 회색빛을 아랑곳 않고 아침 준비를 했다. 어두운 검정을 골목골목으로부터 걷어내고 훑어냈다. 아랑곳 않고 하루를 다 지냈다.
오늘도 하늘은 회색.
그치만,
그치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