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를 딛고 일어서라
'어떻게 살면 잘 살 수 있을까?'
나는 어릴 적부터 이 질문을 붙들고 살았다.
아마도, 내가 보기에 우리 부모님이 잘 살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그 답은 '대학교'였다. 대학만 가면 모든 게 일사천리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천만에. 더 어마무시한 난이도인 '직장'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운 좋게 대기업에 취업했지만,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내 삶은 더 치열해졌다.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수록 내 인생은 좋아지기도 했지만 동시에 숨막히기도 했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잘 산다는 건, 어쩌면 즐겁게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나는 지금 전혀 즐겁지 않다고.
그렇게 나는 힘들게 입사한 대기업을 퇴사하고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사실 지방에는 대기업이 그렇게 많지 않다. 그 몇 안 되는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행운이자 영광이다.
괜히 대학에서 대기업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을 플래카드에 걸어두겠는가.
특히 내가 대학을 졸업했던 그 시기에는 더 그러했다.
불황이 시작된 조선업 경기. '제2의 IMF'가 온다며 금리인하가 시작되던 시기. 경기는 얼어붙었고, 공채 인원은 줄고 줄어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결심했다. 그래도 퇴사하기로.
더 잘 살기 위해.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더 큰 세상을 보기 위해.
그렇게 나의 모든 결정은 이 질문 하나에서 시작되었다.
'어떻게 살면 잘 살 수 있을까?'
퇴사, 어학연수, 알바, 이직, 편입, 독립, 결혼, 출산, 또사시 퇴사, 독서, 투자, 자기계발, 운동, 식단, 명상, 산책, 글쓰기, 유튜브, 블로그, 공부, 강의듣기, 독서모임, 여행, 일기쓰기, 기록등등...
이 모든 것이 '잘 살기 위해' 내린 결정의 산물이었다.
그런데 내가 했던 나의 결정들을 후회하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 첫직장으로 대기업에 입사한 나머지, 기고만장해져 있던 탓에 나는 몇 년을 이직의 실패와 쓴맛, 좌절, 허무함 속에서 지냈다. 세상에는 나보다 똑똑한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았고, 나는 이직을 준비하면서 너무나도 작은 존재가 되어갔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 시간이 겹겹이 쌓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는 것을.
만약 이 모든 결정이 친구들에게서 나왔다면? 부모님 뜻에 따라 결정했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은, 내가 모든 것을 결정할 자유에서 비롯된다. 그게 설령 너무나도 고통스럽다 하더라도.
모든 일은 나의 결정대로 하되, 책임도 내가 진다. 그래야 일 하나라도 제대로 하는 태도로 임하게 된다.
뭐 하나 결정하기 어렵다.
우리는 점심 메뉴 하나 정하는 것도 힘들어서, 사다리 게임을 하면서 정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렇지만 결정하고 나면, 본인 결정에 후회하기 싫어서라도, 이 짓 저 짓 하며 방황하고 있는 나를 만나게 된다. 돌이켜보면 나는 그 속에서 엄청난 성장을 했다. 방황 속에 성장이 숨어 있었다. 그 방황이 없었더라면 나는 결코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처럼 단단해지지 못했을 것이다.
이직에 실패하고, 중소기업에서 커리어를 쌓기로 방향을 틀었던 시절,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비참함을 맛봤다.
결국 중소기업에서 일하려고 대기업을 퇴사했냐며, 그러려고 호주 갔다왔냐며, 친구들이 놀려댔고,
심지어 "여기서 일하려고 그 좋은 직장을 그만뒀냐"라는 뼈아픈 말도 들었다.
하지만 이런 말들보다 더 힘들었던 건,
'아... 그냥 그 직장 계속 다닐 걸' 하고 나의 결정을 후회하고 있는 나 자신이었다.
'나는 왜 사서 이 고생을 하고 있을까?'
'그 회사 그대로 다니고 있었더라면, 지금쯤 연봉이 얼마일까?'
'내가 호주 가서 쓴 돈, 그리고 다시 대학교에 편입해서 쓴 돈이 얼마야?'
'대기업 다니면서 적당한 남자와 결혼하면 내 인생 꽤 괜찮을 수 있었는데...
지금 내 인생 최대의 실수를 내가 해버렸구나. 멍청이. 그 때 생각 좀 더 해보지.'
그때 처음으로 나는 내가 결정한 것에 대한 엄청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직시했다.
낮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던 그 시절.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밈처럼 유행하던 때였다.
나는 왜 청춘은 아파야 하냐고 김난도 교수님께 마음속으로 수천 번 따졌다.
하지만 내가 하고 있는 그 후회는
내가 나 자신을 위해 고민해서 선택한 나의 결정이였고,
나는 다시 한번 나 스스로를 믿고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그 것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결정이 전혀 후회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럴 수 있었던 그때의 나의 용기에 진심으로 고맙고 박수 쳐 주고 싶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 꽃다운 20대 시절, 회사에 충성하며
내가 겪었던 수많은 방황들을 결코 경험할 수 없었을 것이다.
홈스테이에서 만났던 따뜻한 호주 가족들, 그 시절 함께 시내를 누볐던 외국인 룸메이트들, 그들과 생활하며 배웠던 문화들, 감정들, 결심들.
그들과 함께 지내며 느낀 수많은 생각들은 결코 책으로 배울 수 없는 소중한 나의 경험과 자산이 되었다.
그렇기에 나는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그냥 해보라고.
설령 그 결정을 살면서 후회할 수 있지만,
인생은 장거리 달리기라서 결국엔 그런 중대한 결정을 내린 사람들만이
궁극적으로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고.
후회 없는 삶은 없다. 다만, 후회를 딛고 일어선 사람만이 후회 없이 살 수 있다.
20대에는 마음껏 후회하는 삶을 사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