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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작가 Aug 20. 2020

책 팔아서 여행 간다

생활형 작가의 여행 자금 만들기

‘체크인 러시아’ 개정판이 출간되고 인세가 입금되었다. 

초판의 2쇄가 아니라 개정판으로 출간되었기 때문에 초판으로 간주해서 초판의 선인세가 입금된 것이다. 

사실 책 써서 버는 돈이라는 게 들인 노력과 시간, 비용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게 사실이다. 

게다가 가이드북 같은 경우라면 여행하느라 들인 돈을 회수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돈 벌려고 책 쓰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이왕이면 돈도 벌었으면 좋겠다. 

2쇄, 3쇄 찍어서 주기마다 통장에 인세가 들어오면 얼마나 좋을까? 


내 책 쓰고 내가 번 돈이었으므로 나는 이 돈을 오직 나만을 위해 쓰고 싶었다. 

사실 개정판을 쓰면서 돈이 들어오면 노트북부터 바꾸겠다고 생각했다. 

이미 너무 오래되어서 사진 한 장 띄우고 보정까지 하려면 덜덜거리는 구형 노트북을 던져버리고 싶었던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작업하다가도 느려 터진 노트북이 답답해서 당장 하이마트로 뛰어가서 여기서 가장 좋은 노트북을 달라고 소리치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다. 돈이 생기면 내가 이놈의 고물 노트북 당장 갖다 버리고 최신형으로 사고야 만다. 다짐에 또 다짐했다.      


그런데 막상 돈이 생기니 마음이 바뀌었다. 

노트북은 좀 천천히 사도 될 것 같았다. 어쨌든 작업은 끝냈으니 지금 당장은 낡은 노트북을 써도 괜찮을 것 같았다. 노트북 대신 드는 생각은 당연히 여행이었다. 내가 번 돈이니 나를 위해 쓴다면 역시 여행밖에 없었다. 어차피 얼마 되지도 않은 돈 갖고 있으면서 야금야금 쓰느니 나를 위해 쓰고 싶었다. 

그럼 어디로 가야 할까, 세계지도를 펼치고 행복한 고민을 시작했다. 


조지아에 가자!


여행 계획을 알리자 인세를 나눠 받은 공저자 친구가 내게 사진 한 장을 보냈다. 

인세를 여행에 쓰자는 나의 제안에 기꺼이 동참한 친구. 때마침 직장인이 아닌 학생으로 신분이 바뀌어 이전보다 훨씬 자유로워진 터였다. 그녀는 별로 인정하지 않지만 분명 여행자의 DNA를 나 못지않게 가진 게 틀림없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한 번의 망설임이나 거절을 하지 않고 여행에 동참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 그녀가 내게 조지아에 가자고 했다. 


“여기가 어디야?”

“동유럽의 스위스라고 불리는 곳 이래. 러시아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이야.”


사진은 저 멀리 만년설과 그 주변에 온 산이 단풍으로 물들어 있는 풍경이었다. 그리고 산 중턱에 14세기에 세워진 교회가 있는 곳. 조지아의 카즈베기라고 했다. 동유럽의 스위스라고 불릴만했다. 이 사진 한 장에 그만 마음을 뺏겨 버리고 말았다. 


“저 단풍 꼭 봐야겠어. 가을 가기 전에 빨리 가자!”

“얼른 오기나 해.”


스카이스캐너를 열고 바로 비행기 표를 검색해본다. 

직항이 없는 조지아로 가기 위해서는 모스크바, 이스탄불, 두바이 등을 경유해야 갈 수 있다. 

당연히 모스크바를 경유하는 것으로 티켓을 예매했다. 

성인 한 명, 어린이 한 명. 이번에도 내 여행의 단짝 딸을 빼놓을 수는 없다. 


딸아, 엄마 책 팔아서 돈 벌었다. 조지아로 여행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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