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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작가 Sep 10. 2020

짜뚜짝에서 건진 내 짝퉁

다음에는 진짜를 사줄게

방콕은 쇼핑이라더니 매일 어디를 가더라도 뭔가를 사게 된다. 

오다가다 들른 쇼핑몰과 야시장, 노점에서 사 모은 게 벌써 한 보따리였다. 

대부분 예쁜데 쓸데없는 것들이었지만 부담 없이 사는 재미가 쏠쏠했다. 

어딜 가나 방콕은 쇼핑할 데 천지였지만 우리가 꼭 가야 한다고 찍어둔 쇼핑 장소는 따로 있었다. 

바로 짜뚜짝 시장이었다. 


짜뚜짝 시장은 방콕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남대문 시장이라고 하면 비슷할까. 

정말 없는 게 없어 보일 정도로 다양한 물건을 팔고 있는 대형 시장이다. 

방콕 웬만한 상점이나 수상 시장에서 파는 물건도 다 여기서 떼다 파는 거라고 한다. 

그러니 당연히 물건은 많고 가격은 매우 저렴하다. 

살 건 특별히 없었지만 일단 가보기로 했다.


이런 시장은 정말 오랜만, 아니 처음이었다. 

미로 같은 시장 안에는 생활용품에서부터 기념품, 옷, 신발, 가방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린 못 봤지만 

동물이나 곤충을 파는 곳도 있단다. 

시장 안은 물건과 사람이 섞여 복잡하기 이를 데 없었다. 

재래시장이니 당연히 에어컨 같은 건 없어서 그 열기까지 더해 숨이 턱턱 막혔다. 

짜뚜짝 시장에 갈 때 왜 물을 꼭 가져가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시장을 돌아다니다가 탈수로 쓰러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딱히 살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가보니 사야 할 게 넘쳐났다.

태국에서 다들 산다는 과일 향이 나는 비누는 다른 어떤 곳보다 저렴했다. 

시원한 코끼리 바지도 카오산 로드에서 봤던 가격의 반값이었다. 이러니 사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는 친구들에게 줄 선물로 파우치와 동전 지갑을 고르고 나는 가족들과 회사 사람들에게 줄 비누와 꿀 같은 걸 샀다. 태국에 여행 다녀온 거 꼭 저렇게 티를 내야 하나 싶었던 아이템들을 나도 모조리 사고 있었다. 


우리는 누가 봐도 태국에 놀러 온 관광객이었다. 

이 골목을 돌아 나가도 아까 왔던 데 같고, 저 골목으로 나가도 갔던 데 같을 정도로 짜뚜짝 시장의 미로는 

복잡했다. 입구에 시장 지도가 있었는데 시장에서 무슨 지도를 보나 싶어 안 가져온 게 후회가 될 지경이었다. 우리는 신나는 쇼핑의 후유증으로 땀에 절어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이제 그만 가야 할 것 같았다. 


“엄마, 저거! 저거 내가 말한 그거 아니야?”


시장을 나가는 길에 윤이 노점에 쌓인 가방을 보고 말했다. 아디다스 마크가 붙은 힙 색이었다. 

당연히 가짜, 일명 짝퉁이었다. 아이는 여행 전부터 아디다스 힙 색을 사달라고 조르곤 했는데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그런 스타일이 유행인 것 같았다. 알았다고만 하고 사주지 못했는데 짜뚜짝 시장에서 떡하니 마주쳤다.


“저거 사고 싶어?”

“응! 나 살래! 사줘, 엄마!”


저거 진짜 아디다스 아닌데?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 했다.
아이는 아직 짝퉁의 세계를 모르는 게 분명했다. 


아디다스 마크가 떡하니 붙어있으니 당연히 아디다스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가방이 산처럼 쌓여 있는 매대로 가니 아디다스만 있는 건 아니었다. 

나이키, 푸마, 필라 알 만한 브랜드는 다 있었다. 


“얼마예요?”

“150밧.”

“2개 살 테니 250밧에 해주세요.”


주인이 고개를 끄덕했다. 너무 쉬운 흥정에 더 깎을 걸 후회하며 아이에게 호기롭게 말했다.


“2개 골라. 2개 사줄게.”

“와! 진짜? 엄마 고마워!”


아디다스 하나, 나이키 하나. 아이는 고심 끝에 두 개를 골랐다. 

250밧에 건진 짝퉁 아디다스와 나이키에 아이는 그저 행복한가 보다. 

오늘 산 것 중 가장 소중하게 품고 가는 아이를 보니 조금 찔리긴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럴 것도 없었다. 


그래 뭐, 가짜면 어때.
지금 느끼는 행복이 진짜면 되는 거지.

나중에 엄마가 진짜 사줄게. 

그런데 아마 진짜를 사더라도 오늘처럼 행복하지는 않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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