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피랙

7화

by 블루베이글

편의점 안은 마치 다른 세상인 듯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오늘따라 손님이 없어 좋아하는 드라마 영상을 보며 여유를 즐기고 있던 아주머니는 편의점 문을 박차고 들어온 윤소라 때문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공중에 날릴 뻔했다.

“무슨 일 났어? 누구한테 쫓기기라도 하는 거야?”

눈치가 빠른 아주머니는 윤소라의 안색을 살피며 계산대 밖으로 서둘러 나왔다.

“제가 집에 있는데 누가 현관문을 막 무섭게 두드리고, 그래서 제가 욕실로 숨었는데, 문을 따고 집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다행히 욕실 창문을 통해 도망쳐 나왔어요. 휴우.”

가쁜 숨을 내쉬는 윤소라에게 아주머니는 냉장고에서 생수 하나를 꺼내 뚜껑을 열어 건넸다.

“세상에나, 이게 뭔 일이래, 얼마나 놀랐을까, 쯧쯧.”

“고맙습니다. 여기 카드로 계산을…….”

“아니야, 됐어. 이 와중에 무슨 계산. 일단 경찰에 신고부터 하자.”

아줌마가 신고를 하려던 찰나에 택배기사 복장을 한 남자가 편의점 안으로 들어왔다.

“편의점 택배 수거하러 왔습니다.”

택배기사 복장을 보자, 윤소라의 얼굴이 굳어졌다. 모자를 써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분명 아까 들었던 “택배 왔습니다”와 같은 톤이었다. 어느새 계산대 안으로 들어간 아주머니는 어떠한 의심도 없이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왔어요? 그런데 오늘은 수거할 택배가 없는데, 뭐 다른 볼일이 있어요?”

그러자, 택배기사는 윤소라를 쳐다보며 “네”라고 말하는 동시에 그녀를 덥석 안았다.

“어머, 이 아저씨가 미쳤나? 뭐 하는 짓이에요?”

평소에 알던 택배기사의 돌변에 아주머니는 눈앞에 펼쳐진 장면이 믿기 힘들었다.

“아주머니! 이 남자가 바로 제가 말한 그 남자예요!!”

택배기사는 칼을 꺼내 윤소라의 목에 들이댔다. 금방이라도 그녀를 죽일 것 같았다.

참다못한 아주머니는 맨몸으로 그에게 덤볐고 순간 새하얗고 깨끗한 편의점 바닥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아주머니!!”

윤소라는 아주머니가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보고 이제 자기 차례라는 것을 알았다.

“어차피 잘 되었어요. 별로 살고 싶지 않은 세상이었는데 고맙네요.”

윤소라가 보이는 의외의 태도에 택배기사는 천천히 칼을 내리며 말했다.

“뭐가 그렇게 쉬워? 죽는 게 달갑다니 그럼 안 되지. 억울하고 괴로워야지!”

가까이서 본 그의 눈동자는 아니나 다를까 크고 까맸다.

그때 바닥에 쓰러져 있던 아주머니가 꿈틀대며 몸을 일으키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 모습을 본 택배기사는 윤소라를 두고 아주머니에게 다가가 끝장을 내려는 듯 칼을 위로 치켜들었다.

“안돼! 그러지 마세요!!” 윤소라가 소리치며 다급하게 그쪽으로 향하는데, “퍽!” 소리가 나며 택배기사의 몸이 냉장고 쪽으로 나뒹굴어졌다.

“최민혁 씨!!”

윤소라는 너무 반가워서 눈물을 글썽이며 그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최민혁은 윤소라 쪽을 한 번 보고는, 쓰러진 택배기사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해 기절시켰다. 윤소라는 편의점 아주머니의 복부에서 계속 흐르는 피를 막기 위해 붕대로 감은 후 머리를 자신의 무릎에 놓아 드린 채로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제가 119와 경찰에 신고했어요. 그리고 택배기사는 깨어나기 전에 케이블타이로 손을 묶어 두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윤소라의 말에 최민혁은 매대에 진열되어 있는 케이블타이를 찾아 택배기사의 손을 묶으며 말했다.

“미안해요, 내가 너무 늦게 왔네요.”

“아니에요, 와줘서 고마워요. 최민혁 씨 아니었으며 저 이 세상에 없을 뻔했어요.”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나저나 아주머니 상태가 안 좋아요.”

잠시 후 정신이 든 택배기사가 무슨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이렇게 된 거 내 잘못이 아니야. 내가 원하는 건 사람들에게 택배를 배송하고 돈을 벌어 그 돈으로 내 삶을 열심히 잘 사는 것뿐이었어. 그런데 사람들은 나를 하인 아니 노예처럼 취급했어. 온갖 기분 나쁜 눈빛과 욕설을 나에게 매일매일 퍼부었다고!”

급기야 울부짖기 시작한 택배기사에게 윤소라가 말했다.

“나는 아저씨한테 그런 적 없잖아요. 그런데 나를 왜 죽이려고 해요? 편의점 아주머니도 착한 분인 거 아는데, 아주머니까지……, 그럼 안 되는 거잖아요.”

“다 필요 없어. 인간들이 다 싫어졌다고! 흐흑.”

다 큰 어른이 어깨를 들썩이며 우는 모습에 윤소라는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저씨 그동안 많이 힘들었겠다……. 저도 아저씨가 느끼는 그 기분 알아요. 그래서 저도 반지하에 자신을 가두고 세상과 고립되어 살고 있으니까요…….”

그 말을 들은 택배기사는 윤소라와 눈을 맞추었다. 그의 눈동자가 아까와는 다르게 정상인과 비슷해져 있었다.

경찰이 와서 택배기사를 데려갔고 편의점 아주머니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윤소라는 아주머니를 위해 함께 구급차에 탔고 최민혁은 참고인 조사를 위해 형사와 함께 경찰서로 향했다.




추석 당일 아침이었다. 잠에서 깬 유수현은 담담히 욕실로 향했다. 욕실 거울 앞에 선 채 잠시 심호흡을 했다. 고개를 들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눈을 확인했다.

어디서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났다. 엄마가 끓여주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된장찌개다. 아들은 천천히 문을 열고 주방 쪽을 살폈다. 엄마의 뒷모습이 보였다.

“엄마.”

아들은 뒤로 가서 엄마를 꽉 껴안았다. 유수현은 순간 움찔하며 아들의 품을 벗어나려고 했다.

“엄마가 괴물이건 뭐건 난 하나도 두렵지 않아. 엄마 사랑해…….”

이 말을 들은 유수현은 몸을 돌려 눈에 넣어도 아프진 않을 아들을 바라보았다.

“우리 아들, 엄마의 소중한 보물, 엄마도 사랑해…….”

눈물을 글썽이는 아들과 엄마의 눈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눈물을 흘리는 유수현의 눈동자가 원래의 상태로 돌아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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