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요나 Feb 05. 2019

세상의 신비를 살아낼 수 있을까

책 읽다가 끄적끄적

"조르바, 당신이 책을 써보지 그래요? 세상의 신비를 우리에게 설명해 주면 그도 좋은 일 아닌가요?"
"못할 것도 없지요. 하지만 못했어요. 이유는 간단해요. 나는 당신의 소위 그 신비를 살아버리느라고 쓸 시간을 못 냈지요. 때로는 전쟁, 때로는 여자, 때로는 술, 때로는 산투르를 살아 버렸어요. 그러니 내게 펜대 운전할 시간이 어디 있었겠어요? 그러니 이런 일들이 펜대 운전사들에게 떨어진 거지요. 인생의 신비를 사는 사람들에겐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는 사람들은 살 줄을 몰라요. 내 말 무슨 뜻인지 아시겠어요? "

- 그리스 인 조르바 중 - 




글로 배웠어요.

인생을 글로 배웠더랬죠.

세상 풍파 겪지 않아도, 책을 읽으면 다 알 것 같았죠.

몸의 감각으로 체득하는 것들에 대해 무심했어요.

시간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책은 많은 것들을 가르쳐 주죠.

그러나 인생의 신비는 여전히 몰라요.

첫발을 내딛고, 수면 아래서 수천번의 발길질을 해야 

수영하는 법도, 앞으로 나아가는 법도 배우죠.


손가락의 근육 하나하나

입 주변의 근육 하나하나

다리의 근육 하나하나가

몸의 전체 감각세포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체험하고 훈련하는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점점 깨닫게 돼요.


그러나 여전히 나아가는 것이 두렵고 또 두려워요. 

어쩌면 시간이 많아 펜대를 운전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 모르죠.

세상의 신비를 살아내지 않고 펜대를 잡을 수 있을까요?



잡생각과 시간만 많은 어느 독자의 변.





 




매거진의 이전글 잘하는 일과 잘하고 싶은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