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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요나 Mar 07. 2019

스타의 죽음, 그리고 나이 듦에 대한 짧은 생각.

비버리힐즈 아이들의 딜런

또 한 명의 스타가 52세라는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루크 페리(luke Perry). 사인은 뇌졸중이다.

50대 초반에 병으로 죽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연예인이라고 해서 병으로 죽을 확률이 일반 사람들보다 더 높은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자살이나 약물중독으로 죽는 경우가 일반인들에 비해 더 많을지는 모르겠지만.

 

최근에 들었던 스타의 죽음 중에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아일랜드 밴드 '크랜베리즈'의 리드싱어 '돌로레스 언니'의 죽음이었다. '좀비(쟘비~)'를 외쳐대던 그녀만의 유니크한 창법 때문에 참 좋아했던 가수이다. 술에 취해 욕조에서 익사했다고 하는데.. 이면의 사인이 더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으니 참 놀랐던 기억이 난다.


젊은 나이에, 아니면 예상치 못한 사고, 자살 등의 이유로 스타의 생이 마감된 경우 우리는 충격을 받는다. 그런데 그 사인이 "병"이라는 특히 뇌졸중이나 심장마비와 같은 갑작스러운 병일 경우,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감정 이입되며 다가온다. 90년대에 10대를 보냈다면 누구나 알만한 드라마인 '비버리힐즈의 아이들'. 섀넌 도허티의 남자 친구로 나와서 더 익숙한 얼굴인 Luke perry. 이마가 너무 넓은 스타일이라 좋아하지도 않았던 그 배우가 Stroke으로 죽었다니, 한해 한해 나이 듦이 다가오는 현재의 나에게 좀 충격적이었다.

그때 그 사진, 비버리힐즈의 아이들!(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사실 너무 오래전 드라마로 스토리가 잘 기억이 나지도 않는다. 켈리가 너무 인형같이 이뻤다는 것과, 브렌다로 나왔던 섀넌 도허티를 보는 재미에 그 드라마를 챙겨 봤었다는 것, 딜런이 부잣집 아들로 나왔고 나는 브랜든을 좀 더 좋아했다는 정도가 나에게 남아 있는 기억이니 말 다했지. 스토리도 기억나지 않는 이 드라마의 루크 페리의 죽음이 왜 크게 다가오는지..


아마도 미국 나이로 39세인(한국 나이로는 이제 말하지 않는 걸로? ㅎ) 내가 40대라는 어찌 보면 많다고 여겨지는 이 나이를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는 시점에서, 50대 초반인 그가 병으로 인해 죽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것이겠다. 그와 나는 불과 십몇 년 차이밖에 나지 않으니까.




30대 중반까지만, 아니 후반까지만 해도 생물학적 나이 30대와 동시에 사회적 나이 30대는 그저 젊게만 느껴졌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고, 연예인들은 아직 젊은 외모를 유지함과 동시에,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불륜이 아닌 연애 세포를 깨울만한 많은 역할들을 맡아하고 있으니 나도 아직 젊다고 생각해 왔다. 부모님 세대의 40대를 떠올리면 나는 동안의 얼굴로 더 젊게 살아가고 있다라며 자신을 합리화했던 것 같다. 부모님 세대의 40대는 우리 세대의 30대 정도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런 자기 합리화의 달인이었던 내가 막상 40대로 접어드니 20대가 30대로 변화하던 29살의 그 느낌과는 너무나 다르게, 몸도 여기저기 아파오는 것 같고, 얼굴 선도 무너지는 것 같고, 인생의 전반전이 지나간 것과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인생의 후반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하는 시점이라 더더욱 그런 걸까.


우선 어른들이 건강이 최고여..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더 이상은 흘려듣지 않게 된다. 영양제라도 더 챙겨 먹어야 할 것 같고 음식을 먹을 때 패스트푸드보다는 채소 위주의 건강한 식단으로 먹어야 할 것 같다. 요가나 헬스도 좀 더 챙겨서 정기적으로 해야 할 것 같다. 고등학교 때 윗몸일으키기 40개는 거뜬히 했던 기억이 있는데, 어제 해보니 10개도 간신히 한다. 아직도 젊어 보이는 기네스 펠트로가 만 46세라는 사실에 살짝 놀라면서 그녀의 전남편인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이 그레이의 여자 '다코타 존슨'(젊고 너무 예쁜)과 사귀고 있는 현실이 새삼 다가온다.


시간은 어쩜 이렇게 빨리 가는지 벌써 2019년의 1/6이 지나가버렸다. 내 인생은 좀 다를 줄 알았는데, 꿈 많던 그 소녀는 어디로 가고, 평범한 일상이 '흐르는 강물처럼' 흘러간다. 일 년 전에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생각나고, 40대를 어떻게 보내면 후회가 덜할지도 더 생각하게 된다.


남의 죽음에 내 인생을 더 돌아보게 되니, 어쩌면 인생이 그저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흐르는 강물이 가끔 거센 바람을 만나 잔잔한 물결을 거친 물결로 만들어 내는 것처럼. 어쩌다가 잔뜩 오염된 공장 폐수를 만나기도 하고,  강물을 거스르는 연어 떼를 만나기도 하는 것처럼. 그러다 넓은 바다를 만나 스며들어 가는 것처럼 말이다.

 

루크 페리가 죽었다고 해서 내가 죽는 것도 아닌데 심각해질 필요는 없지만, 하루하루를 좀 더 소중하게 여길 필요성은 느껴진다. 20대 땐 늙는 게 싫어서 '짧고 굵게 살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늙어서 생기는 주름살이 나한테는 없을 것이며, 꼰대 같은 마인드로 나보다 어린 사람을 훈계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그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우선 주름살과 얼굴 처짐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자기 말이 절대 옳다는 꼰대는 되지 않으리라 여전히 다짐하지만 좀 더 성숙한 어른으로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싶다는 생각은 든다.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영향력이나 통찰력은 없다. 그저 그런 범인으로 살아가지만 스스로 변화하려고 노력하고 주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어쩌면 덜 후회하는 인생이 되지 않을까.




P.S: 저랑 동시대를 살아오신 많은 분들, 건강 챙기시면서 오늘 하루도 행복한 일상으로 마무리하시길 바라요.

지금 드는 생각을 그냥 끄적여 봅니다. 그리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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