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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요나 Apr 04. 2019

퇴사해 보니, 스트레스가 필요해.

삶에 적당한 압박은 필요하다

당신은 자신의 시간을 낭비하고 있나요.


아침마다 해야 하는 반복적인 일상(회의나 메일 스케줄 체크와 같은)이 없는가? 일정한 시간에 잠이 들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지 않고 있는가? 하루에 많은 시간을 SNS를 하며 보내고 있는가?

이것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있느냐는 질문에 나오는 몇 가지 항목들이다.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 보니 슬프게도 모두 해당한다.  


올해 들어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사실,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문득문득 그때 드는 생각을 쓰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Bic picture 가 명확하지 않으니 글감이 금방 떨어지기 시작했다. 생각의 흐름을 한 방향으로 정해놓지 않으니 디테일엔 그럭저럭 읽을 만했지만 전체적인 구성이 엉성했다. Bottom up방식과 Top down 방식을 적절히 믹스해서 접근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래도 글을 쓰려는 의지가 강한 기간에는 시간이 날 때마다 생각이라는 것을 했지만 이것도 띄엄띄엄해지니 머릿속을 '텅' 비우는 시간이 많아졌다. 쓸 말이 없어서 안 썼다기보다 아무 생각 없이 있다 보면 글을 쓸 생각이 들지 않았다. 결국 브런치는 내가 '그나마 머릿속으로 생각이라는 것을 하는 시기'에 하는 작업인 셈이다.

그것도 비정기적인 주기를 거치면서 업다운을 반복한다. 날씨의 영향도 꽤 받는다. 날씨가 좋은 날들이 이어질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일상을 즐기게 되고(그러다가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나는 자조적 비판과 자아성찰의 시간을 갖게 된다.


나는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정해지지 않는 시간에 퇴근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삶이 싫어서 퇴사했다. 기본적으로 스케줄에 매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향이었다. 아니 커다란 스트레스였다.

그런데 막상 퇴사 후 온전히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관리가 쉽지 않았다. 태어나서 4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누군가의 명령과 정해진 틀 안에서 움직였었던 사람이 그것들을 놓아버리니 처음에는 그저 노는 게 좋다로 시작되지만, 점점 시간을 관리하는 것이 어려웠다. 삶에 계획을 세우기 어려웠고 어쩌면 엉망에 가까웠다.

적절한 스트레스와 마음속의 데드라인이 있지 않으면 삶의 질서가 무너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에서 받는 각종 스트레스가 나의 몸을 망가지게 한다고 생각해서 퇴사했는데,
너무 스트레스가 없는 것이 스트레스가 되었다.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어쩌면.

내가 엄마가 아니었다면, 아내가 아니었다면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삶을 살더라도 집에 가면 온전히 쉴 수 있을 테니까. 쉬는 시간에 무언가 하고 싶은 취미활동을 하면서 삶의 균형을 이뤘을지도 모르겠다.

예전의 나는 회사 일도, 엄마로서도, 아내로서도, 무엇하나 잘해 내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엄마로 더 잘 살아 보겠다, 아내로 더 잘 살아보겠다,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 보겠다는 명목상의 이유로 퇴사했다. 내가 입은 여러 옷(회사원, 엄마, 아내) 중에 중요성이 적다고 느껴진 '회사원'의 옷을 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살아 보니,

'버린 부분을 새로운 것으로 채우기 위한 목표 설정, 노력과 의지, 시간관리'가 없다면 삶에 다채로운 색깔을 입히기가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해진 틀을 깨면 새로운 틀을 온전히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버린 부분은 그냥 사라져 버린다.

엄마로 살아갈 것인가, 주부로 살아갈 것인가, 글 쓰는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 또 다른 무언가를 해 볼 것인가. 여러 역할들을 충실히 수행하며, 시간은 어떻게 쪼개서 쓸 것인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해 보자.   , 우선순위라고 생각하는 일을 처리하다가 정작, 나만을 위한 시간은 놓치게 된다. 나를 위한 시간조차도 가족들을 위한 시간으로 채워지게 된다.




퇴사를 꿈꾸고 있다면, 그리고 프리랜서로 살고 싶다면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한 번쯤 던져 보자.


첫째, 나는 시간관리를 잘하는 사람인가? (게으른 사람은 아닌가?)

둘째,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너무 구체적이진 않더라도 적당한 구체성은 필요하다.)


만약, 둘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않는다면 퇴사를 다시 한번 고려해 보는 것이 좋다. 단순히 쉬고 싶은 생각에 퇴사 카드를 지르는 것은 무모할 수 있다. 퇴사하면 무언가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겐 나를 압박하는 상사와 보기 싫은 동료가 없는 대신, 일에 대한 성취도와 그에 대한 대가인 월급이 없다.   이 질문을 자신에게 다시 한번 던져 보길 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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