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쓰기를 하려는 이유, 몇가지 생각들.
영어 Writing 을 연습하다가 한글 글쓰기를 시작했다.
영어 공부 시작하시는 분들 께 죄송한 이야기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글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영어공부의 답답함을 풀 곳이 없어서이다.
영작을 조금이라도 해봐본 영초보 분들은 아시겠지만
'세상 갑갑'하다.
특히 영어 내공이 부족한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 검색엔진의 도움을 빌어야 하고 단순한 문장 하나 적어내려 가는 것이 참 어렵다. 쉽게는 대충 쓸수 있겠지만 원어민이 보기에 잘 쓰지 않는 표현이거나 완성도가 매우 떨어지는 문장일 경우가 많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간신히 완성한 글이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더없이 형편없다.
게다가 한국어 능력도 떨어진다. 외국에 살다 보면 더더욱 한글을 쓸 일이 없어지고, 있다 하더라도 한국 친구들과의 수다 정도이다. 한국어 사고 능력, 어휘력도 점점 떨어져서 영어는 영어대로, 한국어는 한국어대로 어눌하게 되는 어정쩡한 상태가 되고 만다. 영어 잘하려면 한국어로 사고 하지 말고 영어로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라던데?? 그 생각을 계속 유지해 오다가 2년을 보내 버렸다. 물론 영어 마스터가 목적이라면 좋은 태도다.
그러나 원하는 말을 술술 풀어가지 못하는 답답함은.. 휴. 경험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래서 영어는 영어대로 공부하면서
한국어로 된 글을 같이 써보기로 했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 누구도 관심 없어할 것이고,
이룬 것도 그다지 없는 내가 글을 쓸 수 있을까.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야구장에서 불현듯 "글을 써야겠다"라는 다짐과 함께 술술 글을 쓰고 단편 소설을 출시해 신인상을 타는 그런 천재성은 없다(있었다면 벌써 작가가 됬을 터). 회사에서 보고서나 프리젠테이션은 쉰내 날 정도로 만들었지만 내 이야기를 남에게 글로써 풀어간 경험이 거의 없었다. 나는 일기도 쓰지 않던 사람이다.
그랬던 내가. 글을 써봐야겠다 생각한 이유 중 하나는 다른 사람들의 글을 내가 끊임없이 읽고 있다는 걸, 그것을 매우 즐기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났다. 중학교 때 로맨스 영화 시나리오를 써서 반 친구들과 돌려보았다는 사실을. 학창 시절에 독후감이나 글짓기로 학교에서 상을 받은 적이 그래도 많다는 사실을. 대학 수능시험 성적이 예상보다 나쁘게 나왔지만 그나마 논술을 잘 써서 원하는 학교에 들어갔었다는 것을. 직장생활 시절, 내가 하고 있던 전문 분야에서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일을 주로 내가 도맡아서 했었다는 것을. 그렇다면, 나도 글을 끄적여 볼 수 있지 않을까? 비록 내가 지식이 부족해서 글과 말로서 내 사상과 사고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는 없지만, 연습해 볼 수는 있지 않을까.생각이 들었다.
Creating Contents 시대에서는, 잘하지 않아도 컨텐츠는 만들 수 있다.
잘된 컨텐츠만 소비되겠지만 헛수고하지 않을 마땅한 이유도 없다.
백수는 시간이 자산이고 무기이므로.
또 하나의 이유는. 나처럼 남은 인생, 앞으로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야 할까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다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알고 싶고, 다양하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용기를 얻기도, 희망을 갖기도, 슬픔에 공감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내가 다른 이들의 글을 읽으며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와 비슷한 삶을 사는 사람이 아니어도 다양한 사람의 삶을 간접체험 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어느 한 명의 사람이라도 내 글을 읽으면서 '아 이 사람도 나랑 비슷하게 사는구나, 또는 다르게 사는구나' 공감한다면. 만약 그렇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내 글이 의미가 있어지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글을 쓰고 싶은 이유' 는 여기에 있다.
요즘 나는 좋아하는 책도 마음껏 읽고 음악도 신나게 듣고, 요리의 신세계를, 결혼 11년 차에 초보주부의 마인드로 접하고 있으며, 남편은 수제 막걸리를 만드는 재미에 빠져 있고 나는 찹쌀떡과 붕어빵, 브라우니를 만들고 스스로 맛나다 자회자찬하며 한국 가서 베이커리 카페를 차리는 게 어때? 대박은 아니어도 뭐 먹고는 살 수 있지 않나? 하는 비현실적인 근자감과 나르시시즘에 빠지기도 한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다가, 'bohemian rapsody'의 피아노 커버를 찾아 연주한답시고 뚱땅거리기도 하고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다가, 인생을 너무 심각하게 살지 말자 반성했다가도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심각한 주제에 빠져들기도 한다. 알쓸신잡 시리즈에 뒤늦게 눈을 떠, 김영하 작가님의 위트 있는 멘트와 해박한 지식에 감탄하며 깔깔대며 웃고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며, 백종원 씨가 내 요리를 맛보면 얼마나 냉혹한 평가를 하실까. 완전 테러블해서, 휴지에다 뱉는 거 아냐? 하는 우스꽝스러운 생각이 스치기도 한다. 이런 자유성과 일상에서의 행복이, 한국이라는 국가와 사회, 주변인들을 떠나 있기 때문에 더 누릴 수 있는 자유라는 생각도 든다. 그 생각의 단상을 기술하고 싶기도 하다. 그동안은 돈을 벌고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가는 것에 집중하느라 그 밖의 것들에 얼마나 소홀해지는지, 직장과 돈 그리고 노후에 대한 걱정으로 인생의 소소한 행복과 웰빙의 가치를 놓치고 살고 있는지 잘 모르고 살았다. 더불어 인생의 자유로움에서 느끼는 이중성, 이방인으로서의 삶이 어떤지도 담아내고 싶다.
These above are reasons I want to write essays about me, my life, my thougts.
두목, 당신 책을 한 무더기 쌓아놓고
불이나 확 싸질러 버리쇼.
그러고 나면 누가 압니까.
당신이 바보를 면할지.
- 그리스인 조르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