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하다가 문득 든 생각 끄적끄적.
샌안토니오 다운타운의 Freeway.
나는 미국 텍사스주 샌 안토니오라는 도시에 살고 있다. 이 곳은 전체 인구가 150만이 넘고 미국 내 10대 대도시에 들어가지만, 지하철이 아예 없고 버스 노선이 발달하지 않아서 대도시 같다는 느낌이 없다. 버스는 학생이나 가난한 빈곤층이 탄다는 인식이 있어서인지 자가운전만이 거의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family 당 two cars는 기본인 이 동네. 나는 한국에서는 거의 운전을 안 하다시피, 아니 못했었다. 미국을 오기로 하고 6개월 동안 속성으로 운전을 배워서 이곳으로 왔다. 한국에서는 초보였던 탓도 있지만 운전이 너무 큰 스트레스였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이중주차하다가 옆 차 긁고, 뒷사람한테 민폐를 끼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또 한 명의 김여사 추가.
그런데 여기 미국은, 아니 텍사스 이곳은 운전하기 좋다. 재미있다.
서울의 올림픽대로나 강변북로와 같은 넓은 도로를, 트래픽에 시달리지 않으면서 돌아다닐 수 있다.
4-5차선 도로를 시속 100킬로미터 이상의 속도로 달리다 보면 가끔 누군가 나를 추월하거나 옆 차선을 빠르게 지나칠 때 묘한 기분을 느낀다. 평온하지만 속도감을 즐기는 운전을 하는 가운데, 누군가 붕 소리를 내며 내 옆을 지나쳐 가면 '저 차는 왜 저렇게 빨리 가는 걸까. 여긴 속도제한이 70마일이라고!!!(시속 110킬로미터 정도) 뭐가 그리 바쁜 거지?' 하는 의문 과 좋지 않은 감정을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느껴봤을 것 같다. 어떨 때는 그 차를 나도 모르게 바짝 쫓아가고 있었다. (나만 그런 거 아니겠지? ㅋ)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떤 사람이 나랑 같은 곳에서 출발해서 같은 목적지를 가고 있다면 길을 잘못 들지 않는 한, 차가 크게 막히지 않는 한 도착시간은 많이 차이 나지 않는다. 구글 맵의 도착 예상 시간은 내가 길을 잘못 들었을 때만 달라진다. 우리는 같은 길을 그저 4-5차선 도로로 나눠서 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는 큰 차이가 없다.
그저 내 옆을. 누군가 나를 거슬리게 하며 지나고 있을 뿐, 그 사람은 나랑 목적지가 다른 사람일 수 있다. 그렇다면 거슬릴 이유도 없으며 설사 목적지가 같은 사람이라고 쳐도 나보다 별로 빨리 도착할 수는 없다. 우린 이 넓은 프리웨이를 공유하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추월하는 차량과 거슬리는 엔진음을 내며 요란하게 달려대는 다른 차량들은 신경이 쓰인다. 내가 왠지 뒤처지는 기분이 드는 것이 순간적으로는 싫다.
왜 우리는 빨리 가려고 하는가. 빨리 가려고 애쓴 듯 그다지 달라지는 게 없는데.
남을 따라잡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 사람들.
따라잡아야 속이 시원한 사람들.
모두가 똑같은 하이웨이를 달리고 있기 때문에 그 안의 경쟁에서라도 이기고 싶은 심리.
그런 것들을 버린다면
인생이 좀 더 쉬워진다.
그저 나의 차선을 지키며 묵묵히, 그 길 자체를 즐기며,
주변의 풍경을 보며 가면 좋겠다.
내 앞을 끼어드는 차는 쿨하게 웃어넘겨주고 어차피 그래 봤자 결과는 별 차이가 아니라는 것을.
인생은 레이싱 경주가 아닌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