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 여행인 줄 알았는데 아빠의 다 큰 딸내미 육아 여행
<1편에 이어서...>
파워 J라 자부하며 촘촘한 스케줄을 준비해 뒀다.
아빠랑 떠나는 첫 여행이니 추억을 제대로 만들고 와야지! 이 생각으로 떠났다.
첫 스타트부터 좋았다. 어디든 줄 서면 우리가 맨 첫 번째였다. 심지어 신호등도 우리가 가면 초록불로 바뀌어서 신호 건너느라 너무 바빴던 기억이 있다.
한국은 영하 10도인 날씨인데 후쿠오카는 영상 10도의 날씨라 걸어 다니며 관광하기 딱 좋았다.
예약해 둔 밥집도 맛있었고, 혹시나 해서 찾아둔 2안, 3안의 스케줄까지 첫째 날에 모두 끝냈다. 믿기지 않을 정도의 완벽한 여행이었다.
친구들이랑 떠날 때보다 더 재밌었다. 혹시나 힘든 여행이 될까 봐 걱정했던 것과 달리, 진~~ 짜 재밌고 행복했다.
둘째 날 유후인으로 떠나는 일일 버스 투어를 신청했었다. 버스를 타고 유후인, 벳푸, 유후다케, 히타를 돌며 알찬 시간을 보냈다. 가이드 투어의 장점은 아빠와 둘이서 찍은 사진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이었다. 셀카뿐이었는데 가이드 덕분에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었다.
이~렇게 행복한 시간이 흐르고 버스 투어가 끝나고 기념품 가게 쇼핑하러 와서 가방을 뒤지는데... 아뿔싸.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린 것이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고, 핸드폰 배터리는 2% 남았고, 아빠의 기념품 선물은 골라야 하고. 멘붕의 시간이 시작됐다.
아빠는 날 다독이려고 안심시키는 말을 했고, 나도 괜찮은 척했지만 머릿속으로 패닉이 와서 도대체 어디서 떨어뜨린 거지, 오늘 너무 많은 소도시를 다녔고 버스 투어라 잃어버리면 찾지도 못하는데!!! 진짜 순간 확 시무룩해져서 기념품도 제대로 못 고르고 정신없이 사서 숙소로 왔다.
숙소 오는 내내 아빠는 날 다독이고 위로해 주셨는데, 사실 귀에 하나도 안 들어오고.. 당황하는 머릿속만 가득이었다.
그러고 숙소에 와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방을 다시 뒤졌는데, 어라??? 이거 왜 여기 있어???
"아빠!!!!!!!!!! 찾았어!!!!!!!! 야호!!!!!!!!!!"
소리치며 기뻐하는 나를 보고, 아빠도 그제야 안심하면서 자기가 기도 많이 하면서 왔다고 얘기해 줬다.
물건을 잘 안 잃어버리는 편이라, 진짜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기분이 안 좋았다가 갑자기 방방 뛰니까! 아빠도 웃으며, 황당해하며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술술 잘 풀리던 여행에서, 둘 만의 짜릿한 여행 에피소드가 생긴 순간이었다.
그러고 하루를 돌아보니, 내가 아빠를 챙기기만 한 줄 알았는데, 아빠가 항상 나를 챙기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핸드폰 배터리가 빨리 닳아서 충전기를 나 대신 계속 들고 다니고, 혹시나 필요할까 봐 물도 무겁게 한가득 내 거까지 챙기고.
내가 거울샷 찍어야 한다고 거울만 보면 사진을 찍었는데, 나중에는 거울 보이면 아빠가 먼저 사진 찍자고 했었다.
친구들이랑 가면 자기들 사진 찍기 바쁜데, 아빠는 계속 나를 찍어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를 위한 영화를 만들어주겠다고, 영상을 하루 종일 찍던 아빠였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을 함께 다녀주고, 먹고 싶은 것도 같이 먹어 주고. 친구들과 다니는 여행과 달리 편했던 이유가 있었던 거다.
그걸 깨닫고 나니, 갑자기 뭉클해지고 이 시간이 애틋하고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이 봐야지. 더 맛있는 거 먹어야지. 행복한 시간을 꽉 채워야지.
침대에 누워 잠들기 직전 여행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갈 때, '이런 시간이 길어야 10년 남았으려나?'라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야 함께 속도를 맞춰 걸어 다니고 나보다 체력이 더 나아 보이지만, 시간이 유한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사실, 일본으로 출발하는 공항에서부터 여행하는 내내, 아빠가 자기가 너무 나이가 든 거 같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공항에서 보이는 직원이, 카페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예전에 본인이 느꼈을 때와 달리 너무 어린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그 말의 뜻이 뭔지 알고 있었지만, 애써 그 생각을 돌리게 하려고 나는 다른 말을 이어갔었다.
그렇게 많은 생각이 들었던 둘째 날이 끝나고
이제 마지막 날이 되었다.
<마지막 3편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