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지도 1박 2일

(둘째 날 연화도)

by 파랑새 앵선

바람이 분다.

먼바다로부터 바람이 비를 몰고 오며, 희뿌연 바다 아침과 함께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데도 바람은 따스하다.

내 마음에 가을비가 따듯해서일까?


펜션 뜰 테크 위에 앉아 바다를 만끽하며 , 섬 바람에 취하여 아침을 열며, 커피를 마신다.

플라스틱 컵에 변변한 접시 받침도 없건만 소박한 일회용 커피 한 잔이 마음을 적시는 건 바다 탓일까? 섬 탓일까? 부지런한 고기잡이배는 벌써 저만치 떠있고, 비를 잔뜩 머금은 회색 구름은 바다 위로 낮게 깔리며, 비를 쏟아낸다.


이곳 섬 아낙들은 주로 고구마 농사를 짓고, 남편들은 고기잡이를 나가거나, 고구마 농사가 큰 집들은 같이 농사에 열중하며 펜션을 운영하고 있다. 유명하다는 욕지도 고구마는 서울의 2배 정도의 가격으로 거래되며, 공해 없이 깨끗하고 해풍과 충분한 일조량과 황토밭에서 자라기에 영양이나 맛이 뛰어나다고 한다.


연화도

어제 욕지도를 자세히 못 본 탓에 오늘은 연화도에 대해 안내서를 꼼꼼히 챙기고 나섰다.

전설에는 연산군의 정책으로 연화도로 피신해 온 연화도사가 연화봉 밑에 토굴을 만들고, 둥근돌을 부처님 삼아 예불을 드리고 수행했다는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연화도사가 "내가 죽거든 바다에 수장시켜 달라"는 유언에 시신을 수장하니, 한송이 연으로 변해, 승화되어서 연화도라고 한다는 전설도 있다.


연화사

불자들에게 유명한 절이라 하는데 섬 일주를 시작하는 도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고산 스님이, 사명대사가 머물며 수도했다는 산자락에 그의 뜻을 기리며 세웠다 한다.

사찰에서 많은 고행, 유래 등을 알아가며, 지나온 역사를 생각하며 많은 것을 깨달아 알아가며 다음 길을 재촉한다.


출렁다리

얼마 안가 출렁다리까지 1.5KM의 팻말을 보고는 선뜻 들어섰다.

가랑비 오는 비렁길은 바위를 밟으면 미끄러져 위험하기도 했지만 바다로부터 피어오르는 바다 안개는 신비스러운 느낌을 주어, 마치 용이라도 하늘로 오를 것 같은 분위기다. 한창 물들기 시작한 단풍은 해송 사이로, 바위틈으로,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비탈에 풀어놓은 염소 떼 들은 매에 매에 엄마 찾기에 바쁜 울음을 토해 내고 있다.

깎아지른 절벽 밑으로 보이는 바다는 검푸른 파도를 출렁이며 드나들고, 높푸른 해송 들은 푸른 숨으로 우리의 가슴을 펴주며, 바다 위 갈매기는 슬픈 듯 기쁜 듯 까닭 없는 울음을 토해내며, 이곳이 내가 사는 집이라고 인사한다. 비렁길은 너무 위험하고 미끄러워서 생각에 젖어 발이라도 삐끗하면 큰일이다 싶어 정신을 차리고 한참 오르고 올라도 1.5KM의 출렁다리는 아직 먼 듯하다.

다시 한참 오른 후 또 내려가니 이제야 출렁다리가 보인다. 어제 욕지도에서 본 출렁다리와 똑같은 모습이고 똑같은 느낌이지만 출렁다리를 지나 섬 끝으로 가는 왼쪽으로는 마을과 바다가 보이고, 바다 위 양식장들이 줄 맞추어 경계를 표시하고 있고, 오른쪽은 깊고 푸른 바다가 절벽 아래 그 거센 물결을 부딪히며 노래하고 있다. 다시 비렁길을 오르내리기를 몇 번 반복한 후에야 마지막 전망대에 닿을 수 있었다.

1.5KM를 만만하게 보았던 우리는 이제야 안도의 큰 숨을 내쉬며, 마치 바다로 뚝 떨어질 것 같은 좁고 긴 전망대에 올라섰다. 몸을 조금이라도 잘못 움직이면 풍덩 바닷속으로 빠져 들 것 같은 느낌으로, 몇 개의 기둥을 의지하고 서있는 전망대에 올라서니 갑자기 어느 가수에 노래가 떠올랐다.

" 파도여 슬퍼 말아라

파도여 춤을 추어라

끝없는 몸부림에

파도여 파도여 서러워 마라......."


보덕암

겹 동백이 피기 시작한 보덕암은 별 다른 감흥 없이 늦게 핀 수국 몇 송이가 나그네를 반긴다.


어느덧 비는 점점 거세어지는데 방파제 끝에 낚시꾼들은 낚싯대를 거둘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빗속에 손맛을 제대로 느끼려나 보다. ㄷ바다인지 하늘이지 구분이 안 가는 바다 위를 뚜우~~ 하며 통영으로 향하는 배가 들어온다.


빗속의 연화도는 점점 뿌옇게 작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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